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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by 사부작

가게가 첫 오픈을 하고 그 가게의 사장님이라면 가장 궁금해할 일 중 하나가, 바로 첫 손님이 언제 올지에 대한 것 아닐까 합니다. 아내도 언제 올지 모르는 첫 손님을 기다리며, 부산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다른 여느 가게와 마찬가지로 SNS 계정을 통해 프로모션 이벤트도 하고,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를 업로드하기도 하는 등의 이른바 마케팅, 홍보도 진행하였습니다. 동시에 고객분이 언제 올지 모르니, 혹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준비하는데 부족함은 없는지, 그 외 뭔가 놓친 건 없는지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이 주는 설렘과 긴장감을 그녀도 한껏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의 꽃집을 찾은 첫 고객은, 친한 지인이었습니다. 오픈한 가게의 흔한 풍경일 것 같은데, 주위 친한 지인이나 가족이 가게를 차리면 선물이나 화환을 보내주기도 하고, 먼저 방문하여 뭐라도 팔아주려고 애를 쓰곤 합니다. 아내의 꽃집 역시도 다르지 않았고, 오픈 후 한동안은 지인들의 방문이 이어졌습니다. 꽃의 경우, 생필품이나 식품이 아닌 비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상품이다 보니, 더더욱 지인이 아닌 일반 고객분이 방문할 확률이 작을 수 밖에는 없었죠. 지인이 구매하는 상품이지만, 허투루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므로 얼마간은 긴장한 상태로 꽃상품을 만들며 바쁜 시간을 보내는 듯했습니다.

오픈한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난 후에서야, 지인이 아닌 고객분으로부터 첫 꽃다발 주문이 들어왔다고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어느 외국인 분께 선물로 보내는 꽃다발이었는데, 화이트 컬러를 메인으로 만들어 달라는 간단한 요청이었지만 어떻게 꽃 조합을 쓸지, 포장은 어떻게 할지, 사이즈는 얼마나 크게 할지 참 많이도 고심하더군요. 고객분 피드백이 다행히 좋았던 터라 안도하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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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후 첫 달, 초보 사장님의 가장 큰 고민은 본인의 '실력'이었습니다. 클래스로 꽃을 배울 때나 혼자 꽃다발을 만들 때와는 달리,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일종의 거래 행위가 주는 압박감이 꽤나 큰 것 같았습니다. 꽃다발 하나를 만드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건 기본이고, 도매 시장에서 꽃을 사입할 때도 상태가 좋은 꽃인 줄 알고 샀는데 상품가치가 없는 꽃인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심지어는 아직 운전도 익숙하지 않아, 꽃시장과 가게를 왔다 갔다 하는 일도 버겁기만 했습니다. 그녀 스스로도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를 느낀 시기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뗐는데 혼자 야생에 던져져 달려야 되는 상황'에 처한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꽃집을 차리면, 내가 원하는 이쁜 꽃들을 전부 사서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현실과는 너무도 괴리감이 컸던 거죠.



아내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던 상황임에도 근처 식당에서는 감사한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SNS 계정에 올린 몇 장 안 되는 피드 사진들을 보고 맘에 든다며 매주 매장에 꽃을 디스플레이하는 일을 요청한 겁니다. 신기했던 건, 그 식당은 그녀가 몇 년 전 약속 때문에 방문했던 곳이었고, 그때 무드나 느낌이 맘에 들어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 것입니다. 오픈 후 처음으로 제안받은 제휴 문의이기도 했고, 아직 주문이 많이 없었던 때라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초보 사장님의 오픈 후 첫 달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처음'이 주는 긴장감과 압박감 때문에 순간순간을 손에 꽉 쥔 채로 살아가는 모습이 제 눈에는 안쓰럽게 보이기도 했는데요, 무섭고 두렵지만 용기 내 한발 씩 내디뎌 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웠습니다. 아내는 생각해 보면 그때는 매출 걱정할 겨를도 없었다고 웃으면서 얘기하곤 합니다. 진짜 현실을 마주한 건 그 이후부터였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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