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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들어올 땐 맘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보증금 미반환 문제로 임대인에게 내용증명 발송하기

by 수수 Jan 02. 2025

상경하면서 전세사기가 무서워 일부러 월세를 찾아 계약 했었다. 이 선택이 여러모로 다행이라고 느꼈던 것이 내 자본 중 일부만 보증금에 묶여있고 나머지는 언제든지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라 경매 대금을 준비할 때도,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할 때도 큰 문제 없이 일정대로 진행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보증금이 없더라도 필요한 금전 조달에 문제가 없었던 터라 보증금만 잘 돌려 받으면 모든 일이 다 수월하게 흘러갈 것이었다.


월세 계약이 8월 중순에 끝날 것이어서 5월에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문자로 밝혔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통화해서 집주인 또한 집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때 문자로 주고 받았던게 정말 너무나 다행이었다. 내가 계약 연장 의사 없음을 분명히 통지 했고 집주인도 이에 동의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남았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때 새 이직처를 구하고 있었고 또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너무 충분히 바빠서 별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좀 물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월세라 보증금이 몇 억 씩 하는 게 아니었기에 전세보증보험은 안 들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 몇 천 정도는 융통에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계약 만료 열흘 정도 전에 발생했다.


공사 일정이 월세 집 계약 만료 직전에 끝나는 매우 타이트한 일정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화장실 공사 중 수도관이 터져 새로 수도관을 깔고 화장실을 말리는 기간이 늘어나서 계약 만료전에 이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당시 신규 세입자가 들어온다는 말이 없어 집주인에게 나가는 일정을 일주일 미루고 싶다고 전화했을 때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또 나같은 세입자들은 무수히 들어봤을 뻔한 얘기를 들었다.


"신규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 반환이 가능합니다."


이미 이사갈 집에 대출도 다 받아놔서 대출 이자가 나가고 있었던 터라 월세, 대출이자를 이중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주인에게 이런 상황을 대충 말해두고 어느 날짜에 퇴거하겠다고, 만일 그 날 보증금 반환이 안되면 임차권 등기를 걸고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자 집 주인이 그러라고 했다.


일단 나도 돈 돌려 받는게 우선이었기에 집 비밀번호도 알려주고 낮에라도 사람 오면 집을 보여주라고 했다. 매일 집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나가기 피곤했고,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 비밀번호 알려주기가 좀 찜찜했지만 그래도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약서상 계약 만료일은 이미 지났고 내가 나가겠다고 선언한 날짜가 다가옴에도 새 계약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보통 임차권등기 올리겠다고 하거나 내용증명 보내면 보증금을 마련해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하던데 임차권 등기 올리겠다는 말에도 집주인은 그러라고 하고, 내용증명도 보냈지만 집주인은 묵묵부답이었다. 내 보증금이 1, 2억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몇 천도 감당 못하면서 월세를 주면 어떡하나 하는 원망의 마음과, 이사 일정도 다 잡혀 있는데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불안감이 밀려와 많은 고민 끝에 부동산 전문 변호사를 찾아갔다.


블로그나 유튜브에 내용증명 작성방법에 대해 상세히 잘 나와 있어 작성하기 어렵지 않았다블로그나 유튜브에 내용증명 작성방법에 대해 상세히 잘 나와 있어 작성하기 어렵지 않았다


상담을 위해 계약서, 부동산 등기부등본, 내용증명을 가져갔고 변호사가 보기에는 아마 소송까지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살던 월세집은 매매가가 5억 초반 정도 하는 아파트였는데, 등기부등본 상 권리가 이러했다.


1순위: OO은행 근저당 1억

2순위: 나 보증금 X천만원

3순위: NN은행 근저당 3억


만약에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나는 보증금을 다 받을 수 있었지만 내 다음 세입자는 본인보다 우선인 권리 금액이 너무 높아 운이 나쁘면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다 못 받는 일이 생길수도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상적인 세입자라면 이런 집에 안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소송이 답이겠구나 생각했다.(주변에서는 나도 같이 세입자를 찾으라고 하던데 이런 집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는데 일조하고 싶지는 않았다.)


변호사는 이렇게 조언해줬다.

1. 우선 임차권등기부터 걸 것

나: 집주인에게는 나가기로 한 날짜까지 반환 안 해주면 임차권 등기를 걸겠다고 했는데 지금 걸어도 되나요?

변호사: 이미 계약은 만료되어서 임차권 등기 걸 수 있음. 그리고 집주인은 약속 안 지키는 데 너라고 지킬 필요가 있음?


2. 이사 일정은 취소하고 임차권등기 올라간 것을 보고 움직일 것

나: 짐 몇 개만 두고 일정대로 이사하면 안되나요?

변호사: 집주인이 이사일에 와서 짐 빼는 것 보고 사진 찍었다가 세입자가 퇴거했다고 주장할 수 있으므로 임차권 등기 올라갈 때 까지 짐 빼지 말 것


이에 이사 일정을 아예 취소하고 임차권등기를 걸기 위해 법원으로 달려갔다. 집 문제 때문에 연차를 엄청나게 소진하고 있었고 회사에 눈치가 너무나도 보이는 상황이었으나 아무도 나의 보증금 반환에 도움줄 수 없었기에 얼굴에 철판 까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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