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zzy Jan 15. 2023

애매한 우울을 가진 사람이 쓰는 애매한 에세이

부정적인 생각

노래 없이 걷기만 해도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주로 내가 얼마나 실패한 사람인가, 딸인가, 형제인가 하는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길거리에 나가면 한가하게 강아지를 산책을 하거나, 천진난만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걸어가는 사람, 가족단위로 똘똘뭉쳐 타인이 망칠 수 없는 화목한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인걸까. 이런 고민에 답을 찾고자 하면, 나오는 답은 항상 똑같을 것이다. ‘어떻게 느끼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라’.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패배감에 젖어있는 자기연민을 뚫고, 마치 미래가 긍정적인 것처럼 모든 부정적인 상황 따위를 무시하고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이의 불행을 대처하는데 면역이 없는 사람을 주위에 두면 더 그렇다. 나를 해방시키고자 시작한 소통은 결국 거짓말로 시작하고, 거짓말로 끝날 것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가족조차도 어려운 일이다. 이해한다. 사람마다 가진 마음의 크기, 정신의 크기가 다르기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처음부터 그런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찾아 헤매는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결핍을 해소하고자 되려 자신이 외로워지는 길을 택하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선천적으로 관대한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부정적인 여러 생각들은 좋아하는 노래를 귀에 꽂고, 가사를 따라부를 수 있으면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유치한 가사가 괜찮은 것 같다.


눈이 내리는 밖을 나갔다. 길이 미끄러워 넘어질뻔했다. 평소에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리가, 눈과 함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마침 사람도 없어서 나를 위한 공간인듯했다. 일요일이었지만 저마다 달린 간판들은 환했다. 1분 뒤에 금방 잊어버릴 광경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영원해보였다. 눈이 내리는 텅빈 거리를 혼자 걸으며 노래를 듣던 나는 그때만 존재했을 것이고, 그건 영원한 것이다. 아무튼, 오늘도 무감각하게 지냈지만 글을 쓸 기력은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작가의 이전글 애매한 우울을 가진 사람이 쓰는 애매한 에세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