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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Dec 27. 2023

책 팔아서 돈 벌 수 있냐고요?

드디어 결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대답은 아쉽게도 No로 귀결되었다. 

 그러니 오늘은 왜 그런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내가 일했던 서점 사장의 운영 방침은 단 하나였다. 

 "최대한 많은 책을 보유하여 찾는 책이 없어 돌아가는 손님을 만들지 말라."

 물론 책의 세계란 워낙에 방대하므로 이 방침을 완벽히 충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그래도 그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사장은 내가 아는 한 책을 가까이하는 류의 인물은 아니었다. 어쩌면 책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저러한 운영 방침이 세워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주관적인 철학이나 개인의 취향에 휩쓸리지 않고, 책을 고르는 주체를 오직 손님의 몫으로 남겨둔 채, 최대한 많은 손님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철저한 판매자의 자세로 서점을 운영한 것이다. 나는 그의 서점을 대하는 태도에 100% 동의할 수 없으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그의 운영 방식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었다. 

 '그래, 책 팔아서 돈을 벌려면 저렇게 해야 하는 거야.' 

 

 물론 저런 태도를 가지겠다고 오늘부터 다짐한다고 해서 책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내가 일했던 서점 건물은 사장의 소유였고, 한 자리에서 오래 운영해 온 터라 탄탄한 기존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거래처와 위탁 형태로 거래를 진행했기에 재고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고, 작은 서점들에 비하면 공급률도 비교적 낮게 입고되었다. 이 모든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책 팔아 돈을 벌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미 지역 상권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린 유서 깊은 서점조차도 코로나 이후로 급감하는 매출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책은 마진율이 낮은 상품이다. 내가 일했던 서점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을 제외하면 아마도 최저치의 공급률이 책정되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35% 남기면 가장 많이 남기는 것이었으니 내가 나가 서점을 차린다면 이조차도 남기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책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조건 박리다매 정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앞서도 말했듯 손님들은 온라인 서점의 10% 할인가를 선택할 확률이 높기에 '다매(多賣)'도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점원으로 일하는 1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 궁리들을 해 보았지만, 내가 서점을 차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의 결론은 "책 팔아서 돈 벌 수 없다."로 끝낼 수밖에. 


 근데 참 이상하다. 여전히 마음 한 켠에서는 책을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한 묶음의 종이로 편집되어 있다. 책을 통해서라면 우리는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고, 어떤 메시지라도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아이템을 고작 1만 원 중반대에 소장할 수 있다. 매력적이지 않을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아이템인 것이다.


 책 팔아서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끝내 발견하지 못했으니 서점 주인이 될 생각은 없다. 그런데 꼭 서점에만 책이 있어야 할까? 책은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 주방 조리대 위에도, 거실 소파에도, 침대 옆 협탁에도, 물론 책상에도, 책은 어디서든 누구와도 완벽하게 어우러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책 팔아서 돈을 벌 수는 없더라도, 책을 통해 돈을 벌 수는 있지 않을까?


 나는 어쩌면 책 때문에 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무튼,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책과 공생하는 길을 찾아 궁리를 지속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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