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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우 Jan 06. 2024

이 글을 마치며

서점원 회고록 후기

 회사를 퇴사한 지 837일이 지났다.

 퇴사한 지 404일째가 되던 날 서점원이 되었고, 396일을 서점원으로 살았다.

 서점원 회고록을 마무리하는 오늘은 서점을 그만둔 지 37일째가 된다.


 837일 전 그날의 감정을 떠올려 본다. 모든 것이 막연한 채로 내 것을 하겠다며 회사를 박차고 나왔던 그날,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며 거세게 뛰던 심장의 감각이 여전히 내 몸 어딘가에 남아 있다. 매일같이 엄습하는 불안과 공포의 파도를 알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404일의 시간은 또 얼마나 많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던가. 자기 불신과 자기 확신의 골짜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넘나들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하염없이 흔들리던 시간들을 지나 전혀 계획에도 없던 서점원이 된 것이다. 


 [서점원 회고록]은 서점원이 되어 보낸 396일을 회고하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그 시간 동안 참 많은 것들이 변했음을 느낀다. 삶을 대하는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사람을 대하는 마음 전부가 어느새 바뀌어 있다. 나는 그 변화들이 꽤나 마음에 들고, 그러한 변화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의 8할은 서점원으로 살았던 396일의 시간 덕분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으므로, 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서점을 그만두고 37일이 지난 지금은 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837일 전에 가슴에 품었던 마음을 이뤄 보고자 새로운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점원 회고록을 연재하는 기간 동안 나는 점포 계약을 했고, 사업자 등록을 하여 서류상 사업체 대표가 되었으며, 지금은 인테리어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되기까지 404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을 생각하면 서점을 그만두고 불과 37일 만에 벌려놓은 일이 이만큼이나 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내가 엉뚱한 길을 헤매고 있다고 느끼던 순간에도 사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음을 이제는 안다. 불안과 절망의 늪이라고 생각했던 404일의 무직 기간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서점원이 되어 보낸 396일의 시간도 당시의 나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경험이고 시간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된 모든 것들은 전부 서점의 일과 서점의 사람들을 통해 배웠다. 이토록 특별했던 396일의 시간이 이 글을 통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지금까지 [서점원 회고록]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PS : 책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주제로 조금은 새로운 형태의 편집숍을 준비 중입니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는 날, 창업 일기 연재로 다시 돌아올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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