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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손금 Oct 05. 2024

지하 주차장 화재

화재출동 이야기

친구야, 들어봐.

지하 주차장 화재 출동 이야기야.
○○시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지 약 2주 후, 8월 중순 어느 날 저녁 6시 40분경에 화재 출동 스피커가 울리면서 한 여성분이 다급하게 “지하 주차장인데 차에 불이 났어요!”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어. 지령을 받고 펌프차에 탑승해 출동하는데, 119 상황실에서 동일 신고 건이 계속 들어온다는 무전이 오더라고. 보통 신고가 빗발치면 오인 신고일 가능성은 낮거든. 우리 팀은 마침 전기차 화재 모의 교육까지 받아서 자동차 화재에 자신감이 있었는데도, 마음 한편으론 오인 신고이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

현장에 도착하니 선착대가 이미 차량에 물을 뿌리고 있었어. 화재가 난 차는 전기차는 아니었고, 꽤 유명한 외제차였지. 차주는 화재가 발생하자 후진으로 차를 지하 주차장 밖으로 빼려 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차를 스프링클러 헤드 바로 아래에 세우는 바람에 스프링클러가 이미 불을 어느 정도 잡고 있었어. 우리 팀도 합류해 방수를 시작했고, 구조대가 화재 차량의 보닛을 뜯어내며 불을 완전히 진압했어.

그러고 나서 지하 1층에 농연이 가득 찼다는 보고가 들어와 우리 팀이 최종 확인을 하러 들어갔어. 2인 1조로 짝을 지어 들어가는데, 나는 팀 막내 신입 여직원과 함께 들어갔지. "무조건 나만 잡고 따라와"라고 했더니, 정말 손으로 내 공기호흡기를 꽉 잡고 따라오더라고. 하지만 그 손끝이 떨리고 있었어. 공기호흡기 너머로도 그녀의 긴장과 두려움이 그대로 느껴졌지. 걷는 내내 조심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에서 그녀의 두려움이 더욱 분명하게 다가왔어.

결국 확인해 보니, 지하 2층까지 농연이 가득 차 있었어. 배연 작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밖으로 나와 상황을 보고했지. 이후 배연차로 공기를 불어넣고, 각 층별로 2명씩 배치해 연기가 들어오는지 확인했어.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가 배기구로 빠지기 시작했지.

파이어라인 뒤에 서 있던 시민들께서 박수를 치며 우리를 격려해 주시더라고. 몇몇 분은 유명 브랜드 커피와 음료를 한가득 사 와서 소방관들에게 나눠주었어. 그날 정말 더운 날이었고, 규정 위반이고 뭐고 나도 그냥 받아 마셨어. 너무 고맙더라고.

하지만 바로 그때,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지하 주차장에서 언제 차를 뺄 수 있나요? 급하게 가봐야 하는데…”라고 물으셨어. 그 말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빨리 차를 빼게 해 달라"는 재촉이 이어졌지. 아직 지하에는 농연이 가득 차서 위험하다고 설명했지만,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더라고. 자기 일만 중요하다는 태도로 말이야. 결국 대원 한 명이 시민 몇 명씩 주차장 안으로 안내해 차를 뺄 수 있도록 했어.

참, 멀리서 봐야 희극이라는 말이 딱 맞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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