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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재손금 Oct 07. 2024

자살 예고자의 위치 추적

펌플런스 구조 출동

친구야, 들어봐. 

좀 황당하고 웃픈 이야기야.

한 달쯤 됐을까? 새벽 2시경, 고요하던 밤을 깨우며 출동벨이 울렸어. 그런데 벨소리가 화재 출동(뾰옹!!)이 아니라 펌플런스 출동(딩! 동! 댕!) 소리였지. 펌프차와 구급차가 함께 출동해야 할 상황이었어. 정신이 아직 덜 깬 상태로 출동 준비를 하며 지령 내용을 확인했는데,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를 남기고 끊어버린 남성의 아내가 신고한 사건이었어. 119 상황실에서는 그 남성의 마지막 위치와 차량 정보를 알려주었고, 무전을 들으며 급하게 출동했지.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라는 게 느껴졌거든.

현장은 센터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스포츠 파크였어. 평소엔 한적하고 사람도 없는 곳이지만, 그날은 해무가 자욱하고 주변이 깜깜해서 시야를 확보하기조차 어려웠어. 차량을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 인근을 돌며 헤맸는데도 차량은 보이지 않았고, 초조함이 계속 밀려왔어. 그러다 구급차에서 드디어 차량을 발견했다는 무전이 들려왔지. 그 순간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혹시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왔어.

차량이 발견된 위치로 달려가 보니, 차는 도로를 벗어나 화단 옆에 멈춰 있었어. 서둘러 펌프차를 차량 앞에 대고, 승용차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연기와 번개탄 냄새가 차 안에서 퍼져 나왔어. 차량 안은 이미 연기로 가득 찬 상태였고, 신고 대상자는 의식을 잃고 있었지. 곧바로 그를 차량 밖으로 끌어냈어. 그런데 트렁크에서 번개탄이 불타오르는 걸 발견했지. 화로 속에 벌겋게 타오르는 번개탄을 보고 아찔했어.

나는 즉각 화로를 확 잡아채어 밖으로 꺼냈어. 그 번개탄이 더 이상 번지기 전에 어떻게든 꺼야 했거든. 발로 꾹꾹 눌러서 불을 끄는데, 발밑에서 불이 사그라드는 그 순간이 참 아슬아슬했어. 조금만 더 늦었으면 차 전체가 불타올랐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긴박한 상황을 넘기고 나서야 숨을 돌리려는데, 그 남자가 구급대원의 응급처치를 뿌리치며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나를 향해 묻더라. "신고자가 우리 아낸가요? 그따람이 나 걱정한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어이가 없었지. 죽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실제로 목숨을 걸다니, 그 허세 때문에 우리가 이 난리를 치게 된 거잖아.

솔직히 그 순간 딱밤이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었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아내에게 허세를 부리다니, 그게 말이 되나? 그가 한 말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어. 그의 아내는 얼마나 다급했을까, 필사적으로 신고해서 남편을 살리려고 했으니까. 그 허세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는지 그는 알고나 있을까 싶더라.

지금 그 남자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또 비슷한 문제로 아내와 싸우고 있을까?



"펌플런스 출동"은 소방펌프차(Pump)와 구급차(Ambulance)의 기능을 합친 출동을 의미합니다. 구급차가 출동 중일 때 발생하는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구급차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나 심정지 환자 발생 시 펌플런스가 현장에 먼저 출동하여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펌플런스는 특히 대규모 출동이 필요한 현장이나 구급차가 부족한 상황에서 매우 유용하며, 심장 충격기 등 구급 장비를 갖추고 있어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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