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er 1. 살해 협박을 받았습니다
나는 사건을 계기로 불안함에 호신술을 하염없이 검색하다 크라브마가(Krav Maga: 근접 전투)라는 무술을 시작하게 됐다. 크라브마가는 실전 전투를 위해 이스라엘 방위군 IDF, 비밀정보기관 모사드 공식 무술로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길에서 갑자기 주먹이나 칼, 총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든 격투기다. 운동 내용을 표현하면 킥복싱과 주짓수, 레슬링의 기술을 결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뼛거리며 첫날 가장 먼저 배운 건 나이프 디펜스(칼 방어하기)였다. 생애 처음으로 모형으로 된 칼에 목, 배가 찔리는 경험을 했다. 모형이라고는 하지만 칼이라는 무기에 겁을 집어먹었고 메일을 보냈던 사람이 실제로 찾아오는 상황이 상상돼 얼음이 되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만지며 방심하는 사이, 누군가 칼을 들이밀 때 대응법을 코치님이 시현할 때는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눈앞이 흐릿해질 정도로 두려워 양 어깨를 스스로 감쌌다.
그날 한 시간 동안 칼에 맞고 막아보는 경험. 칼에 공격받는 것이 무서우면서도 막을 수 있음에 안심되는 모순에서 매력이 있었다.
칼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 상황마다 다른 부분이 있어 일반적으로 ‘어떻게 하면 해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원칙은 있다. 하나, 도망가기. 칼 든 사람이 저 멀리 있다면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위협자가 바로 앞까지 왔다면 둘, 상대방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대신 상대방의 중앙을 봐야 한다. 눈을 쳐다보면 방어하려는 의지를 읽힐 수 있다. 셋,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칼을 쳐다보거나 움직이지 말 것. 칼을 뺏는 등 어떤 행동을 하려한다는 암시를 줄 수 있다.
대신 반격할 타이밍을 잡기 위해 상대방을 속여야 한다. 그래서 네 번째로는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좋다. 소리를 지르거나 반항하는 것 대신 돈을 주거나 손을 드는 등 시키는 대로 하는 듯한다.
그러다 상대방이 말을 하거나 다른 생각에 집중해 있을 때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순순히 따르는 척하면서 타이밍을 잡아 칼을 쳐서 날리거나 낭심을 밀치고 도망가기. 그밖에 순간적으로 칼 든 손목을 잡아서 상대편 몸 쪽으로 붙여 무력하게 만들고 다른 손으로 상대방 턱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마지막 제압 방법에는 다양한 수가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방법을 이 글 하나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원칙으로 생애 처음 칼에 맞고 방어해 본 날을 잊을 수 없다. 이 날이 내가 크라브마가 회원이 된 날이었다. 이후 날아오는 주먹과 발차기에 대응하는 법부터 권총 위협까지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 몰렸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가장 먼저는 ‘가드 올리기’다. 그대로 맞고 있지 않으려면 최소한 얼굴을 보호하도록 주먹을 쥔 채로 팔을 들어야 했다. 가만히 앉아 얼굴과 목을 맞고 있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수 없이 ‘가드 올려’라는 말과 함께 시작되는 훈련과 파트너와 모의로 싸워보는 스파링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