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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02. 2021

가드 올려, 상대를 봐!

반칙 없는 무술 크라브마가를 배웠습니다

그 무렵 조금씩 익혀가던 크라브마가는 여러 가지 점에서 흥미로웠다. 한가지를 꼽아본다면 이것이다.


스포츠가 아닌 실전 호신술에 중점을 둔 격투기기 때문에 반칙이란 게 없다는 것. 주먹은 주먹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기술을 정확히 익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머리통 박치기나 턱, 무릎, 심지어 낭심까지. 급소를 때리는 거나 팔꿈치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는 엘보우 킥까지 스포츠에서 금지되는 기술이 모두 허용된다.


나는 제대로 운동을 배워본 적이 없어 자세부터 어색하기 그지 없었지만 한 가지 빨리 익힌 것은 발차기였다. 어린시절 몇 개월 되지도 않지만 합기도를 익혔기 때문일까.


손 발 원투도 어색할 때 발차기에는 힘이 실렸다. 소심하게 흐느적거리다가도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순서가 되면 자신 있게 발을 올렸다. 짧은 다리지만 하이킥도 주저 없었다.


사실 크라브마가를 하면서 부지런히 나가는데도 너무 실력이 늘지 않아 어쩌면 이렇게 못하는지 좌절 섞인 감탄을 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발차기를 익혔다는 것은 나한테 조그만한 희망이 되어 계속 다닐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코치님(관장님)과 사범님이 내가 소심한 탓에 생긴 습관도 바로잡아 주셨다.


코치님은 독심술사 같았다. 내가 아주 순간이나마 좌절할 때 마다 놓치지 않고 어깨를 두드려주시거나 손을 잡아주시면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 내가 워낙 얼굴에 표정이 잘 들어나는 편이고 코치님은 상대방의 움직임 읽기에 이골이 난 고수이기 때문인 거 같다.


오늘은 코치님이 내 마음에 써있는 생각을 그대로 읊었다.


“못 하는 건 괜찮아. 하면서 ‘이게 맞나? 이거였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하면 돼. 근데 못한다고 풀 죽는 건 안 된다. ‘내가 운동에 소질 없나, 내가 못해서 파트너가 힘든가. 나 때문에 분위기가 흐려지나. 민폐인가.’ 이런 생각은 하지 마. 그냥 하면 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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