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er 2. 내 편인 줄 알았습니다
“싸울 땐 상대방 눈을 봐야 해. 어어? 가드 올려야지. 가드 내리면 맞는다. 또! 가드 슬슬 내려온다. 상대를 봐!”
코치님이 고쳐줄 때마다 나는 슬금슬금 내려가던 팔을 다시 올려 방어 자세를 취하고 상대방의 공격에 방어할 준비를 했다. 내 습관은 자꾸만 팔을 내리고 양 팔을 얼굴 앞으로 대어야 하는 가드가 귀 옆으로 벌어진다는 것이었다.
싸움보다는 양보를, 경쟁보다는 지는 걸 택했던 지난날의 소심함이 운동에서도 나타나는 걸까.
나는 칼 막기부터 발차기, 잽까지 하나 둘 기술을 배우면서 승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싸우지 않고 도망갈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가드 들고 싸워야 한다. 싸워야만 하는 순간엔 물러서서는 안 된다.
남에게 맞아본 적도 없지만 때려본 적도 없고 부엌이 아니라면 칼을 잡아본 적도 없던 내가 타격, 방어, 나이프 위협 대응까지 하나씩 배우면서 느낀 것은 작은 성취감이었다.
솔직히 약간 기대했지만 ‘운동 뚱’ ‘민경 장군’이라 불리며 인기를 끈 개그맨 김민경 같은 숨겨진 운동실력은 없었다. 실제 김민경 씨가 방송에서 크라브마가를 배우는 걸 보며 타고난 감이란 걸 역시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나는 맞기만 하면서 주저앉지 않고 싸우는 법을, 방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이 충만한 기분이 다음날 근육통에도 또다시 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살면서 다시 한번 아픈 일을 겪는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도 했다. 크라브마가는 길거리 실전용이기 때문에 코너에 몰렸다면 어떤 스포츠와 무술도 인정하지 않는 '금지된 기술'인 낭심 차기도 기꺼이 한다. 연습 중 남성은 물론 여성도 낭심 보호대라는 것을 차게 되게끔 되어있었고, 실제로 상대방이 많이 아플 만큼 차지는 않았다.
다만 연습이 되어 있던 만큼 나는 스파링에서 불쑥 낭심 차기가 나와서 당황했다. 코너에 몰렸을 때 동작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쓸 만큼 싸우는 법이 몸에 붙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