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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16. 2021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 지도자가 된 이유

chapter 5. 호신술로 나를 구할 수 있을까요

크라브마가 6개월째, 욕심은 많은데 욕심만큼 늘지 않는 실력에 풀이 죽어 있을 때 사범님이 다가왔다. 관장님인 코치님은 언제나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자세를 교정해주었지만 사범님이 먼저 동작 코칭이 아닌 말을 걸긴 그날이 처음이었다.


“차나씨, 제가 예전에 얼마나 못했는지 모르죠? 전 발을 이렇게 했어요. 이거 고치는 데만 일이 년”

돌아본 사범님의 발 자세는 정 자세와는 완전 반대로였다. 이게 습관이 된 사람이라니, 고치는 데 꽤나 힘들었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요. 원투는 이렇게 했어요.”

역시나 팔은 엉뚱한 방향을 향하는 중이었다.

“에이, 거짓말요.”

“진짜예요. 운동신경이 제로에 가까워서 남들보다 한참 느렸죠.”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사범님이 되신 거예요?”

조금 실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남들보다 세네 배 노력했죠. 들이는 시간만큼 느는 건 확실해요.”


 뒤이어 코치님은 연강의 연강을 거듭하며 하루에 할 수 있는 시간을 모두 할애해 운동을 했던 이야기, 남들보다 느렸기 때문에 더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니 옐로 벨트를 넘어 오렌지 벨트(크라브마가에서 사범을 할 수 있는 상위 레벨이다)까지 따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넘사벽’인 코치님 보다는 그래도 조금 더 평회원에 가까운 사범님을 보며 똑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사범님만큼만 된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 길이 역시 쉽지 않았다고 하니 할 말을 잃었다.


남들보다 못했는데 어떻게 남들을 가르치게 됐냐고? 세네 배 더 노력했으니까.


사범님의 명쾌한 이 문답은 마음을 콕 찔렀다. 이후 한 타임이 지나면 집에 가기 바빴던 내가 매일 두 타임은 연속으로 들으려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한 타임이 1시간 반이었기 때문에 연강은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거기다 언제나 ‘크라브마가는 꿀잼이라며 주변인들에게 추천하곤 했지만 나에게 도장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집에서부터 짐까지는  그대로 구만리. 좋아하는 운동이라고 해서  과정이 재밌다고는  했달까언제나 갈등 끝에 이불에서 일어나고 가는 길에 터덜터덜, 오늘은 어제보다 낫길 기도하며 가는 마음이었다. 3개월이 지나면 어차피  연장할 거면서도  운동을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엔 재수강을 선택한 이유는 살을 빼거나 몸매를 만드는 것이 아닌 싸움과 방어법을 알려주는 운동이라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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