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다시 해 볼 생각 있어?”
“방송이야 당연히 환영이지. 그런데 어디서?”
“전통시장 라디오 방송”
“그 정도는 하면 되지~”
“근데 방송국을 만들고, 방송장비도 넣고 , DJ 교육도 시키고 다 해야 해.”
그렇게 울산에서는 제법 큰 신정상가시장에 라디오 방송국을 만드는 일을 맡았다. 라디오는 언제나 나에게는 힐링이었기에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재미있을 거야’ 라고만 생각했다.
신정상가시장 안에 만드는 라디오 방송이니까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고민을 하다가, 언제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든든한 아군이 되어 주는 락원PD님이 ‘신통방통’은 어떠냐고 했다.
신통방통FM : 신정시장에서 소통하는 라디오 방송
“이름 진짜 마음에 든다”
이렇게 신통방통 FM은 만들어졌고, 나는 신통방송FM지기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순조로운 건 없었다. 라디오 장비를 셋팅할 공간도 없고, 라디오부스 설치는 더더욱 힘든 상황이었다. 라디오를 진행하려면 생방송이든, 녹음방송이든 독립된 공간이 있어야 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독립된 공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시장번영회 사무실에 딸린 회의실이 전부였다. 그 안에 부스설치는 불가능했다. 마치 사우나실처럼 제작도 할 수는 있었지만 그건 그것만으로도 사업비가 넘쳐버리는 상황이어서 결국 방송을 할 때는 문을 잠그는 걸로 결론지었다.
또 시장 내에는 스피커가 어느 정도 설치가 되어 있지만 간격도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높낮이도 달랐다. 시장에서 안내방송을 한 번 하면 어디서는 크게 들리고, 어디서는 작게 들리고 불만이 마구 튀어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회의실 한쪽 구석에 라디오 송출에 필요한 장비들을 사서 셋팅하고 마이크도 설치했다.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춘 미니 조종실이 만들어 졌다. 모양은 어느 정도 만들어졌는데 가장 중요한 건 방송을 함께 할 DJ를 모집하는 일이었다.
원래 취지는 시장에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고 시장 상인들이 DJ 교육을 받고, 대본도 쓰고 시장의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즐겁게 장을 보고, 호기심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상인들은 다들 너무 바빠서 DJ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결국 일반인들 중에 DJ 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도 모아 DJ 교육에 들어갔다.
아나운서 하는 강사님께는 발성 및 발음 교육, 기술 교육, 라디오의 이해, 라디오 기본교육, 말하기 특강, 대본쓰기 등 20회 가까이 교육이 이루어졌고, 이후 실습하기를 통해 진짜 방송분을 녹음해봤다. 일반인이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DJ처럼 술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교육을 수 십 번해도 경험치는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 일반인 DJ들은 스스로 말투와 멘트의 어색함에 자꾸 주눅이 들고 자신감을 잃어 갔다.
“안되겠다. 그냥 하작가가 진행하자”
그렇게 나는 신통방통 FM DJ가 되었다. 시장 내에서만 라디오 방송을 하면 듣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고 홍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페이스북 Live 방송이었다. 물론 페이스북 친구가 많은 개인 계정으로 라이브를 켰고, 동시간에 시장에는 라디오 방송을, 페이스북에서는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어서 들어왔던 페친들이 댓글을 달아주고 질문을 하고 내가 말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무엇보다 다음 라이브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생겼고, 어느 순간 신나게 방송을 즐기고 있었다.
한 번씩 라디오와는 별개로 페이스북 라이브로 신정 시장 내에 맛집을 돌아다니며 소개도 하고, 우리가 시장 홍보 방송을 한다는 걸 알게 된 상인 분들은 음식 협찬도 해주셨다. 그리고 시장에서 신통방통 FM 청취자들이 생기고, 내가 지나가면 ‘아나운서 아가씨’라고 불러주시며 아는 척해주셨다. 내가 아나운서도 아니고, 아가씨도 아니지만, 기분 좋은 호칭이었다.
그렇게 가을쯤 시작했던 신통방통 FM은 사업비 보조 기간이 끝나고도 열성적으로 운영을 했다. 하지만 수익이 없으면 사람은 지친다. 아무리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지속해서 수익 창출될 수 있는 모델이 없으면 그냥 그것은 일도, 취미도 아닌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참 재미있었던 ‘라방’(Live 방송). 기회가 되면 다시 해보고 싶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1인 크리에이터는 꿈과 희망이다. 너도나도 1인 방송으로 빠져들면서 유망 직종이 되었다. ‘초통령’으로 불리는 어떤 유튜버들은 수십만 수백만의 구독자 또는 시청자를 보유하여 그 영향력 또한 방송국 못지않다. 이제는 확실히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일부의 고수익 크리에이터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크리에이터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