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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Dec 19. 2021

'어떤 주식이 저렴할까?' 직장인 투자자를 위한 조언

주식 가치평가를 위한 세 가지 지표('EPP')

    결혼 적령기인 A 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 달라는 사람이 세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결혼 조건은 다르겠지만 A 씨는 '경제적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결국 결혼이란 제도에서 여러 가지 개인의 희생이 따르는데 굳이 경제적으로 쪼들리며 살고 싶지 않은 심정은 다들 조금씩은 갖고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A 씨에게 구애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상당한 재산 수준을 어필하는 상대방도 있고, 고액 연봉을 강조하는 이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비록 평범하지만 화려한 미래의 비전으로 어필하는 사람도 있다. A 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어떤 선택을 해야 가장 합리적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우리 직장인 투자자들이 갖는 고민과 닮은 구석이 있다. 결국 결혼이든 투자든 '상대'를 선택하는 안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A 씨 경제적 메리트를 줄 수 있는 배우자를 고르는 것이, 투자자 저평가되어있고 이익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해보인다. 그래서 많은 성공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때는 마치 결혼 상대를 고르듯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런데, 사실 결혼이야 상대방과 교제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재산 수준이나 연봉 등을 알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과연 저렴하고 가치가 있는 기업은 어떻게 선별해낼 수 있을까. 마침 지금 돈을 잘 벌어들이는 기업도 있고 보유한 자산을 많은 기업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비록 현재는 비루하지만 미래에는 큰 이익을 낼 것이라는 스토리와 비전을 가진 기업도 있다. 시간에 쪼들리는 직장인 초보 투자자들을 위해 이러한 기업들을 가려내는 몇 가지 지표를 지금부터 함께 알아가 보자.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돈을 벌고, 주식에서는 돈을 잃는 이유가 있다. 그들은 집을 선택하는 데는 몇 달을 투자하지만, 주식 투자는 단 몇 분 안에 해 버린다.
- 피터 린치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 이 주식은 싼 것일까, 비싼 것일까?


    우선 잊지 말자. 주식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면 가치에 비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반드시 투자 대상의 기업 가치를 나름의 방식으로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주가가 저렴한지 비싼 지를 판단하고 매수/매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가치평가(Valuation)'에는 무수히 많은 방법이 있고 심도 깊은 논의기 때문에 책 한 권으로 다루기도 어려운 주제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초보 직장인 투자자들을 위해 가장 간단하고도 직관적인 가치평가 지표를 소개하려 한다. (인터넷 시대에서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조회가 가능하다!)


    자, 이 3개만 외워보자 바로 'EPP'(① EPS, ② PER, ③ PBR)이다. 이(E) 피(P) 같고 피(P) 같은 우리의 돈을 지키기 위해, 투자하려는 기업이 고평가(Over-valued) 받는지, 저평가(Under-valued) 받는지를 가늠해보자!


    ① EPS(Earning Per Share, 주당 순이익) : 주당순이익(당기순이익/총 주식수)은 쉽게 말해 1주당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낸다. 아래 표를 보면 삼플전자와 알뜰전자가 있다. 두 기업은 올 한 해 모두 1억의 이윤을 냈다. 그럼 EPS도 동일할까? 아니다, 총 주식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플전자의 발행 주식은 1,000주, 알뜰전자는 2,000주이다. 그럼 한 주당 이익은 각각 10만 원(1억 원/1천 주), 5만 원(1억 원/2천 주)이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한 주당 벌어들이는 돈이 많다는 것은 주식의 가치가 메리트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두 기업이 동종업계에서 유사한 비즈니스를 영위 중이라면 주당 순이익이 높은 삼플전자 주가가 알뜰전자보다 '저평가'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삼플전자는 알뜰전자에 비해 한 주당 순이익이 2배 높다


    자, 이제 O, X 퀴즈를 한 번 내보겠다. 파워해운이 3억 원을 벌어들이고, 쾌속해운이 -1억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파워해운과 쾌속해운의 주가는 동일하게 5만 원이며, 발행 주식도 2,000주로 동일하면 EPS도 같을까? 정답은, 'X'이다! 주가와 발행주식이 동일하더라도 두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EPS는 순이익/총 주식 수이므로 파워해운의 EPS는 15만 원이며 (순이익 3억/2천 주), 적자를 내고 있는 쾌속해운의 EPS는 -5만 원 (순이익 -1억/2천 주)로 큰 차이가 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주당 순이익이 높은 파워해운이 쾌속해운보다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주가, 총 주식수라도 벌어들이는 이익이 다르면 EPS는 다르다!


    ② PER(Price to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 주가수익비율(시가총액/당기순이익 또는 주가/EPS)은 현재 주가가 기업이 벌어 들이는 이익과 대비해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특정 종목의 PER가 높을수록 기업이 현재 벌고 있는 이익 대비해서 고평가 받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유념할 부분은 미래에 회사 이익이 증가할 것을 기대가 다면 PER가 높게 형성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기차 산업의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한 때 PER가 1,000(시가총액이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의 1,000배라는 의미다!)까지 치솟으며 버블 논란이 불거졌다. 당장에 벌어 들이는 이익은 적었지만 테슬라의 미래 이익 아주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주가가 크게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ER 1,000배는 보기 드문 숫자였기 때문에 테슬라의 주가를 두고 PER이 아닌 'PDR(Price to Dream Ratio)'라는 유행어가 탄생했을 정도이다. PDR은 말 그대로 이익이 아닌 테슬라에 대한 ''만큼 주가 평가를 한다는 의미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테슬라 주가는 결국 거품이 아닌 것으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다. 테슬라의 주가는 여전히 높게 형성되어 있으며 ('21.11.26일 기준 시가총액 1.0천조 * 참고 : 삼성전자 0.4천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선행 PER 배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당 이익인 EPS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예상될 경우에 주가는 미래의 기대치를 '선반영'을 하는 속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EPS의 증가가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현재 PER이 높은 것이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은 투자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 테슬라는 이익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EPS가 높아지고 주가수익률은 351배로 낮아졌다.



    자 이제 다시 O, X 퀴즈다.  PER 지표를 통해 당신이 어떤 사업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몇 년내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지 가늠해 볼 수 있을까? 정답은 'O'이다. 위에서 설명한 PER의 의미가 헷갈렸다면 PER의 배수를 한 기업을 인수했을 때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의 의미로 기억해도 무방하다. 우리 주변에 흔한 치킨 가게로 예시를 들어보자. 이 가게가 1년에 3억 원이라는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을 때 사장이 치킨 집을 9억 원에 내놓았다면 PER은 3배(가치 9억 원/이익 3억 원)가 될 것이다. 즉, 가게를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지금처럼만 이익을 벌어 들이면 3년 이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물론 이익이 증가하면 기간은 단축된다!) 한편 길 건너 치킨집의 이익은 3억 원으로 같은데 15억에 내놓았다면 원금 회수기간은 5년(PER 5)이 되니 이전 사례와 비교했을 때 비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M&A 세계에서도 특정 기업을 사들일 때 'PER의 몇 배', 또는 유사한 개념인 'EBITDA(영업이익+감가상각비)의 몇 배'로 평가했다고 말한다.


* 이익이 앞으로도 동일하다면 어떤 가게가 더 매력적일까?


     PBR(Price to Book Ratio, 주가순자산비율) : PBR(시가총액/순자산 or 주가/주당순자산)은 주식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인 시가총액과 기업의 순자산 가치를 비교하는 수치이다. 순자산이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으로 기업이 보유한 순수 자산 규모를 의미하기 때문에 '청산가치'라고도 불린다. 간단히 말해 한 회사가 당장 사업을 접는다면 토지, 공장, 설비, 사무집기 등 모든 자산을 처분하고 은행 등에서 빌린 부채를 갚은 뒤 남은 돈이 순자산, 즉 청산가치가 되는 것이다. (EPS와 유사 개념으로 개별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순자산비율(BPS)를 구하기도 하지만, EPS만큼 자주 쓰이지 않으니 생략한다.)


    파워해운과 쾌속해운의 예로 들어보자. 파워해운의 자산은 7억 원인데 이중 부채가 5억 원이다. 그럼 순자산은 2억 원이 된다. 쾌속해운은 순자산 2억 원에 부채 1억 원으로  순자산은 1억 원이다. 만약 이 두 기업의 시가총액이 1억 원으로 동일하다면 PBR은 각각 0.5배, 1.0배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PBR 역시 낮을수록 저평가되었다는 의미이므로 청산가치의 1/2으로 거래되고 있는 파워해운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PBR 역시 무조건 낮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현재 자산 대비해 미래에 벌어 자산이 커질 것을 예상될 경우 PBR이 높게 형성될 수 있고, 반대로 낮은 PBR이 미래의 자산이 줄어들 것을 미리 반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참고 : 지금까지 알아본 세 가지 지표 'EPP'는 일일이 계산할 필요 없이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모든 포털 사이트에서 'ㅇㅇ전자', 'ㅇㅇ기업'의 이름과 주가를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과 주식 투자는 '미래의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소개한 'EPP'가 모든 가치의 잣대가 될 수는 없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지표임에는 틀림없다. 이 개념으로 도입 부분에 제시한 경제적 조건을 바탕으로 결혼 상대방을 찾는 A 씨의 고민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까? 당연히 성격이나 외모 같은 것을 다 배제하고 배우자로서 무형의 경제적 가치를 상상해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소득이 높은 배우자 상대는 낮은 PER(기억하자, PER은 쉽게 말해 가치/벌어들이는 돈이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고급차 등 자산이 많은 배우자 상대는 낮은 PBR(가치/순자산)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만이 결혼에 성공하게 되는 것은 아니니 슬퍼할 필요는 없다. 현재는 비록 자산 규모가 낮거나 벌어들이는 월급이 적을지라도 전도유망한 미래를 바탕으로 많은 돈이나 자산을 벌어들일 수 있다면 누군가는 그 가치를 알아봐 주기 때문이다. 마치 비록 현재는 고 PER/PBR이지만 계속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올라가는 기업처럼 말이다! 그리고 테슬라와 같이 이익과 자산이 늘어난다면 PER과 PBR은 자연스레 낮아지기 마련이다.


    사실 자신의 능력으로 큰 부자가 된 인물들의 배우자 인터뷰를 들어봐도 결혼 초기에는 너무 가난하여 단칸방에서 시작해야만 했지만 상대방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렸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역시 투자 세계에서나 결혼시장에서나 상대방의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가능성'까지 예측하여 동행하는 것이 성공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직장인 투자자들이 노동소득에만 의존하는 것을 탈피하고 자본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모쪼록 우리 직장인 투자자들이 결혼 상대방을 고르는 것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분석하여 후회 없는 '꽃 길'을 걸었으면 한다.


[ EPS, PER, PBR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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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주식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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