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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Jan 01. 2019

이별에도 애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헤어진 남자와 한 달간 포옹하기 01. 헤어지던 날

사고처럼 이별을 당했다. 너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다.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그 진부하디 진부한 이별의 이유가 내게는 낯설다. 여태껏 너와 안정적으로 장거리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깜빡이도 안 켜고 가드레일 밖으로 튕겨내 버리면 어떡해. 헤어지자는 소리를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사고로 죽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너 앞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하염없이 오열하다가 생각해보니...


...이대로 죽을 수 없었다. 이렇게 사고 난 듯 이별하면 잘 자리 잡고 있던 내 삶이 억지로 뜯어낸 듯 넌더리가 날 것이다.


"너 퇴근할 때 너네 집으로 갈게. 앞으로 매일 두 달간 10분만 안아줘."


너에게 호스피스를 해달라고 했다. 이 관계를 (혹은 나를) 다시 살려내 달라는 게 아니고, 급사하지 않고 고요히 평화롭게 죽고 싶다고. 너가 옆에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너는 당연히 불편해한다. 내가 더 비참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매일 함께하지만 싸늘할 것이다. 그 싸늘함을 매일 직시해야 한다. 이제 그만 오라고 또 한 번 그쪽에서 이별을 종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밤 울다 지쳐 잠들고, 자책하고, 헛헛해하고, 대중없이 떠오르는 질문 사이에서 연락도 못하고 엉망이 될 나를 생각하면 그 편이 나았다.


이별에도 애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헤어질 수 있을 때 헤어져야 한다. 그렇게 이별 1일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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