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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다이어리 Sep 05. 2021

휴식의 실체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

유투브에서 일상을 담은 v로그를 가끔 보는 편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에서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마시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있어 집을 이렇게도 꾸며보고 저렇게도 꾸며보는 일상을 나도 상상을 안 해본건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기고 직장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공간에 대한 로망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렸다.


우선 집에 하루종일 있는 시간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직장생활을 희망하여 준비하였고 그 세계가 나에게 열린 이상,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집에서 나만의 우아한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 팩트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어차피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간보다는 시간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즉 '나만의 공간' 보다는 '나만의 시간'에 대한 개인적인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좋아하던 인테리어 잡지나 사진들도, 예쁜 집이나 카페에 대한 호감도 이전같지 않고 시큰둥해졌다.


다만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학원에 가 있는 시간, 출퇴근으로 잠시지만 조용히 운전하는 시간, 주말에 애들 아빠가 아이들을 봐 주는 동안 잠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생기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피할 수 없는 나의 일부 또는 전부로 받아들인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만의 시간을 방해받으면 극도로 피곤해지는 거 같다. 연가 등으로 나만의 시간이 플러스로 생기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고.


그런데 요즘 고민이 있다. 소중하게 확보한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싶은 일들이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에는 하고싶은 일들도, 한번쯤 해보고싶은 역할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다지 땡기지가 않는다. 정신차리고 보면 아무거나 계속 뭔가를 치우고 있다. 들이 놀다 남긴 색종이 조각부터 바닥에 의미없이 나동그라진 레고조각 하나...생계형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인가?


아이들에 대한 교육열도 그렇다. 다들 이것저것 가르친다. 주산도 보내고, 댄스도 보내고, 영어도 가르치고, 수학도 가르친다. 다들 아이들에게 사교육비를 다양하게 쓰고 있는데 나만 뒤쳐지는 게 아닌가 자극이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자극과 경쟁도 어느 정도 일상에서 노출이 되는게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엔 이런것도 의미가 없어보인다.


쫓김과 경쟁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고, 스스로 시간을 어떻게 보낼 줄 알고, 여러사람이 함께 모인 곳에서 쫓기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로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을 스스로 배워가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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