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선술집을 한다면,
저녁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문을 열거다.
어둠이 거리를 찾아들 무렵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을 위해 문을 항상 열어둘 거다.
일본 심야식당 드라마처럼 해가 지면 찾아드는 선술집.
값비싼 식재료로 2차 3차까지 가는 술 문화보다,
귀갓길 소소하게 한 잔 하고 힘을 얻어 집으로
가는 길을 가볍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술집 이름은 '저녁'이다!
오래전부터 지어두었다. 해지는 저녁 좋은 술과 좋은 안주로 나를 위로하고
지친 하루를 다스리며 세상 밖에서 받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족에게 향하는 거다.
이곳의 술은 전통주를 증류한 좋은 술들만 한 잔씩 팔기로 하자.
안동소주 한 잔, 소곡주 한 잔, 지역별 막걸리도 와인 잔에 한 잔.
생각만 해도 아름답다. 한 잔 이상은 팔지 않는 걸로 하자.
그 귀한 한 잔을 음미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그 순간에 감사하며
지난 모든 것은 다 용서하고 화해하고 따뜻해진 마음으로
가족에게 돌아가는 감정의 골목, 시간의 골목.
안주는 뭐가 좋을까?
갓 구운 육전, 굴전, 녹두전, 갖은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 나물들, 야채 해물 샐러드,
생선 석쇠구이, 조개탕, 홍합탕, 계란찜....
군침이 막 돈다. 작은 접시에 하나씩 담아 소소한 가격에 파는 것이 내 소박한 꿈이다.
즉석 해서 요리를 주문하고 바로 만들어 내는 것.
이 정도까지 말하면, 다들 "야, 돈이 되겠냐?" 한다.
돈이 안 되는 상상이니 돈이 되게 하려면 건물주가 되어야 한단다.
건물주가 되려면 지금 돈을 악착같이 벌어야 하니 로또를 사든 직장을 바꾸든 해야 한단다.
이 소소한 술집 '저녁'을 위해 지금 연봉 몇 억을 벌 수 있는 벌이를 찾아야 한단다.
이쯤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느낌이다.
음... 난 그냥... 작은 술집이 하고 싶은 건데....
그니까, 너의 술집을 위해 지금은 돈을 벌어야지!
음... 안주는 소소하게 몇 천 원에 팔 건데...
그니까, 너의 안주를 위해 지금은 건물주가 되어야만 해!
음... 세상의 모든 술을 잔으로 팔고 싶은데...
그니까 그니까, 너의 잔 술을 위해 지금은 아끼고 또 아껴야 해!
음... 그럼 언제까지 그래야 할까.
야! 너의 술집을 위해 평생 노력해야지! 그런 결심도 없이 뭐가 되겠어?
음... 나....
술집 안 할래!
나의 작은 선술집 '저녁'
고단한 사람들이 우울한 표정으로, 때론 지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따뜻한 요리와 맛난 술을 마시고 평화를 찾는 곳.
그런 곳은 내 글 속에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