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f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노 Oct 01. 2024

if  지금과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만약 내가 고등학교 졸업 후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과일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했다면 어땠을까?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대학의 낭만이랍시고 술 퍼마시고 길거리 오바이트 하던 그 시간에 사과 박스 나르고 전대에 지폐 냄새 가득 풍기며 트럭을 몰고 다녔다면 지금의 삶이 좀 더 풍요롭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정말 미친 듯이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를 갔다면 또 어땠을까?


좋은 직장 구해서 유순한 월급쟁이로 잘 살았을까? 직장 노조 가입도 하지 않고 승진 누락을 두려워하며 여기저기 눈치 잘 맞춰가며 살았다면 지금보다 더 출세를 했을까?



만약 내가 패션 디자이너 전문가가 되었다면?


스타일리시한 스타일을 자랑하며 화려한 패션쇼의 주인이 되어 멋진 삶을 살고 있진 않았을까? 



만약 내가 카메라 한 대 들고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가 되었다면?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고에 모두 매력 있어하는 그런 중년이 되진 않았을까?



그런데 말이야!


아주 오래전, 내가 여고 1학년 시절에 자그마하니 이쁘장한 교생 선생님이 우리 반에 오셨는데 말이야.

꿈을 적어보라고 종이를 주셨지. 

오래전 나는 거기에 뭐라고 썼을까?

교사+작가+화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지.

낮에는 학생들 가르치며 돈 벌고, 저녁에는 퇴근 후 소설을 쓰고, 주말이면 화구 상자 들고나가 사람들을 그리고 도시를 그리는 화가가 될 거라고 말이지!

그때 선생님은, 욕심이 많아 할 일이 많겠구나, 하셨지.

그 나이 내 머릿속은 그래도 먹고살 길은 살폈나 봐! 교사로 월급을 받겠다는 심보였지.


인생 참 아이러니 하지?

중년 나이 지금 내 삶은, 진짜 교사+작가라는 말이지.

그림은 늘 동경의 대상으로 구름 저 편에 남겨둔 채 말이야.

거진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 그런데도 학교 다니기 너무 싫어서 다른 직업을 훔쳐보고 있고 글 쓰기 너무 싫어서 다른 자격증 넘겨보고 있지. 


만약에 말이야. 내가 진짜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면, 아마 여고시절 꿈은 교사+작가+화가였는데, 하면서 또 살아가고 있었겠지!


수업 시작종 치자마자 화장실 가는 아이, 만성 변비로 매일 지각인 아이, 공부가 취미라는 아이, 필리핀 간 엄마가 보고 싶어 사춘기를 모질게 겪고 있는 아이, 자신이 천재라며 눈으로만 공부하는 아이, 자기 속에 갇힌 채 모두를 왕따 시키고 미소 짓는 아이, 조커 같은 미소로 베토벤 월광소나타를 피아노로 치는 아이, 유명 배우가 되어 출세해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아이. 

내일 아침 내가 다시 만날 이 아이들. 


십 년째 주물럭거리는 장편 소설 속에서 아직도 헤매고 있지만, 이번만은 완성하고 싶은 간절함. 그래서 더 도망치고 싶었지.


생각해 보니 지금 내 삶이 바로, 그 어느 날 만약에, 라고 상상한 바로 그 시간과 모습이구나!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상담하고 생활을 지도하고 쉬지 않고 복도를 뛰어다니면서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차분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중년의 내 모습! 이것이 나의 만약이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if  로또가 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