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하르간즈 (Paharganj)

by mercioon


드디어 델리의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즈에 도착했다.

오토릭샤에서 내리는 순간 한꺼번에 몰아치는 소음들이 빛의 속도로 날아와 머리를 후려치는 바람에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다.


몇 분을 그렇게 멍하니 서있다가 정신을 차리니, 이번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자 사람, 사물들이 마구 섞이며 색색의 점이 되었다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어지럼증이 지나고 나니 4K의 깨진 픽셀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처럼 빠하르간즈의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무 오밀조밀하고 정신이 없어서 사진의 한 부분씩 확대해 보듯이 조금씩 나누어가며 거리를 살폈다.


길을 빽빽이 채우는 수많은 인도인들. 그 사이로 꼬리를 휘저어 가며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기는 소들.


좁은 여행자 거리에 이렇게 많은 소들이 다니는 것도 신기한데,


아무렇지도 않게 소와 소똥을 피해 각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이 풍경을 더 생경하게 만들었다.


소와 인간이 같은 거리를 공유하는 나라라니. 티브이에서 수없이 보던 장면인데도 신기했다.


축제를 연상시킬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이 거리, 제대로 활기차다.


일상에선 사람이 밀집한 곳에 가면 머리가 아파 가기를 꺼려했는데, 시끌벅적하고 더러운 이 거리가 이렇게 신이 날 줄 몰랐다.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는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초보티를 내며 두터운 여행 책자를 꺼내 들었다. 우선 내 잠자리를 정해야 하니 말이다.

거리 입구에 들어서니, 여행자 거리답게 수많은 게스트하우스의 간판들이 서로 얼굴을 빼들고 건물 끝자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마음속으로 대충 정해놓은 숙소 중 가장 먼저 보인 숙소로 들어갔다.

호텔 이름은 다운 타운. 주인이 꽤나 까칠하지만 오늘은 그냥 여기서 묵기로 했다.

우선 배가 너무 고프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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