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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과 제주] 섬에서 뭐하지?
가파도 1박 2일

작은 섬에서 살아보는 하루 : 소란스럽지 않은 제주여행

by Rere

제주의 가을은 갈 곳도 넘치고 사람도 많다. 여유를 찾아 내려왔지만, 유명 관광지와 맛집을 찾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다시 사람들 속 제자리다. 그 속을 벗어나 고요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섬으로 떠나보자. 제주에는 본섬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섬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도가 있고, 그 외로는 마라도, 비양도, 차귀도, 가파도 등이 있다. 도시의 바쁜 일상에 지쳐 진짜 휴식을 생각하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하는 여행. 작은 섬에서 살아보는 하루, 소란스럽지 않은 제주여행코스 가파도 1박 2일을 소개한다.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혼자여도 함께여도 좋은 코스.




[첫째 날]

- 운진항

가파도로 가는 방법은 한가지이다. 서귀포에 있는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 기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한다. 사전예약을 권장하고 있으며, 당일 예약은 받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사전예약 후 남은 좌석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전 예약을 했을 때는 40분 전에 도착해야 하니 참고해두자. 또한 출발시간에 맞춰서 나오는 시간이 임의로 정해진다. 매표소에 숙박 예정이라고 미리 말하는 것 잊지 말자.


*당일 예약은 불가하며, 신분증은 필수.

*가파도 마라도 정기 여객선: http://wonderfulis.co.kr/



- 숙소

가파도에는 약 6군데의 숙소가 있다. 가파도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 2군데의 민박집과 언덕 중간에 1곳, 그리고 가파도를 가로질러 넘어가면 보이는 반대편 선착장에 3곳이 몰려 있다. 후기를 참고해 사진을 확인하고, 인원 수와 적절한 곳으로 선택하면 된다. 작은 섬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본인이 다녀온 곳은 '바다별장'이라는 곳으로 단체 여행객이 묵기에 좋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더럽지도 않았던 평범한 섬 안의 민박집이었다. 바로 앞에 평상이 있어서 밤하늘을 보기에 좋았고, 옆에 주인장이 운영하는 식당이 붙어 있어서 아침을 해결하기에 딱이었다.


- 산책

가파도는 계절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4월에는 섬 전체에 청보리 물결이 일고, 5월에는 청보리가 익으면서 황금보리로 변신한다. 그리고 9월과 10월에는 오색빛깔의 꽃들이 피어나면서 꽃축제가 열린다. 섬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에 뭐가 있는지 탐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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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산책을 하며 돌다보면 몇 군데의 음식점들을 볼 수 있다. 보통은 해산물과 보말죽, 짜장과 짬뽕을 팔고 있다. 해물이 가득 들어간 해물짬뽕을 든든하게 한그릇하고, 저녁메뉴를 골라두고 시간이 된다면 예약까지 마쳐두자.


*가파포구 근처에 있는 해물짬뽕집이다. 해산물이 풍성하게 들어가 있어 국물이 진하고 건더기가 많다. 짜장보다는 짬뽕을 추천. 청보리막걸리도 판매하고 있는데 일반 막걸리보다 달달한 편이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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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청보리핫도그)

가파도는 제주도의 부속 도서 중 네 번째로 큰 섬이다. 한바퀴를 돌고 나면 슬슬 허기가 지기 시작하는데, 그때 청보리 핫도그와 커피를 한 잔 들고 바다를 보며 간식 시간을 가져보자. 핫도그에는 청보리가 들어간 반죽과 수제 소세지로 만들어져서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쫀득한 식감에 육즙이 팡팡 터지는 핫도그를 맛볼 수 있다.


*위치는 가파도 선착장에서 자전거 대여소를 지나 안쪽으로 5분 정도 걸어들어가면 '수제핫도그'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또한 종종 마을회관에서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며, 현대카드에서 진행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도 가볼만 한 곳이니 참고해두자.



-노을

가파도에 노을이 지는 시간은 관광객이 막배를 타고 모두 빠져나간 뒤이다. 북적이던 길목은 고요해지고, 주변에는 개와 고양이 만이 남아있다. 가파도선착장 부근의 상동포구가 일몰 스폿이다. 삼각대를 세워두고 지는 해를 카메라에 담는 것도 좋고, 방파제에 앉아 가만히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 것도 머리를 비우기 제격이다.



-저녁

저녁식사로는 보말칼국와 톳해물파전에 막걸리 한 잔 걸치기도 좋고, 문어나 소라를 간단히 삶아 소주 한 잔 하기도 딱이다. 오후에 산책을 하며 찾아두었던 음식점으로 향해 저녁을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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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의 밤은 까맣고 또 까맣다. 중간중간 집 안에서 비춰지는 불빛 말고는 가로등이 많지 않으니, 밤 산책 시에는 랜턴을 소지하거나 핸드폰 후레쉬를 사용하자.


*다른 섬과 마찬가지로 모든 편의시설은 마지막 배가 가파도를 떠나감과 동시에 문을 닫는다. 그전에 사둘 것은 미리 챙겨두는 것을 잊지 말자.


[둘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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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아침이 밝았다. 해가 막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일출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간혹 조깅을 하는 여행자들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몰보다는 일출을 더 추천한다. 맑고 시원한 바람과 철썩이는 파도 소리만이 공존하는 시간. 밤새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낚시배들을 지나 저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슬며시 올라오기 시작한다.


*개엄주리코지 정자쪽이 일출 스폿이다.

*가을아침은 꽤나 쌀쌀하다. 보온병에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을 준비해가면 오들오들 떨지 않고 일출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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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출을 보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배도 고파지기 마련이다. 선착장 근처에 간단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는 포장마차가 있다. 커다란 소라와 딱새우 홍합이 듬뿍 들어간 해물라면. 뜨끈한 국물로 몸을 녹이고 꼬들꼬들한 면발로 배를 채우자.


- 자전거 타기

민박집으로 돌아와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긴 다음 매표소에 가서 표를 끊어놓자. 매표소 바로 앞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파도를 한 바퀴 휘리릭 돌고나면 아침의 여유로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배 타고 나가기 전 커피 한 잔

자전거를 타고 얕은 언덕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내려가 보면 카페 하나를 볼 수 있다. 어깨춤을 들썩이게 하는 노랫소리가 쿵쾅쿵쾅 카페 밖으로 흘러 나온다. 어느 상점이든 노랫소리가 담벼락을 넘은 건 이곳이 가파도에서 유일하다. 커피, 소프트아이스크림, 커피콩빵 모두 가격에 비해 맛이 좋다.




제주로 이주해 내려와 지낸 지 3년 차. 그리 오래됐다고도 할 수 없지만 짧지도 않은 그 시간 동안 관광지, 맛집, 카페, 핫한 스폿을 소개하는 에디터로 지냈다. 그래서인지 제주를 여행하는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아니 아주 자주 질문을 받는다.

"이번에 여행을 가는데 네가 추천해줄 만한 곳이 있을까?"

제주는 여러 번 오가도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계절에 따라 소개해주는 코스들이 달라지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른 여행코스를 소개하려 한다. [그 계절과 제주] 시리즈는 제주는 처음이라 어디를 가야 할지 망설여지거나, 혹시 너무 자주 찾아서 더 이상 갈만한 곳이 없다고 느껴지는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 남기는 일종의 여행코스 안내서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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