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고쳐야 할 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무엇일까?
코칭을 시작할 때 고객사의 인사부서에서 피코치자의 다면평가 결과를 제공받는 경우가 있다.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으로 다면평가에서 가장 빈번히 거론되는 것은 상사가 자주 화를 낸다는 것이다.
자주 화를 낸다는 평을 듣는 A팀장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때 화가 나십니까?”
“부하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화가 납니다.”
“그렇군요. 잘못한 일이 있거나 태도가 팀장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화를 내시는군요. 그런데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하시지 왜 화를 내셨을까요?”
“확실하게 가르쳐 주려고 화를 냈습니다. 직원들이 제가 화를 내면 정신 차리고 듣거든요.”
“강조하려고 화를 내시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때로 화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는 인간의 본성이다. 화를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자주 화를 내는 것이 문제이다. 특히 리더가 자주 화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화내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상사의 큰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할 말을 끝까지 하는 부하는 없다. 화내는 상사에게 부하는 말을 가려서 하거나 가능하면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리더가 자주 화를 내면 부하직원은 상사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A팀장에게 물었다.
“혹시 팀장님은 상사인 본부장님에게 화를 내신 적이 있습니까?”
“어이구, 어떻게 윗분에게 화를 냅니까.”
그렇지만 윗사람도 실수할 때도 있고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때가 있는 법이다.
같은 이야기를 본부장님에게는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상사가 자신에게는 책상을 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는 팀원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카리스마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불같은 성격과 다혈질적인 성향은 리더에게 권위나 위엄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나쁜 성격의 소유자라는 걸 확인시켜 줄 뿐이다.
부하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상사는 화가 난다. 화를 낼 만 하다. 하지만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할 수 있으면 더 좋다는 건 분명하다.
상사가 화를 내는 다른 이유는 부하의 태도나 생각이 자신이 기대와 달랐기 때문이다. 이는 화를 낼 이유로 받아 들여 주기 어렵다. 부하의 생각이 반드시 상사와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화가 날지도 모르겠지만 엄격히 말해 화낼 일은 아니다.
자신의 의사를 강조하기 위해 화를 낼 때도 있다. 일리가 있다. 화내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의지와 마음 상태를 보여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일부러 화를 내기도 한다. ‘와호장룡’(臥虎藏龍)이라는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리안이라는 대만 출신의 영화감독이 있다. 이 사람의 사진을 본 독자라면 그가 사람 좋아 보이는 온화한 인상이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그런 그도 “일이 되게 하려면 가끔 화를 내야만 합니다.” (“Sometimes, you have to get angry to get things done”)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가급적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좋지만, 때로는 화를 낼 필요도 있다고 하니 어쩌란 말인가? 결국 마음먹은 대로 화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화내는 방법을 알아보자.
제대로 화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화내지 않을 일에는 화내지 않고 화내야 할 일에만 화를 내야 한다. ‘그걸 누가 모르느냐, 욱하고 올라오는데 어쩌란 말이냐’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하다. 화낼 일과 화내지 않을 일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고 이를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화를 낸 날에는 저녁에 당시의 상황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 어떤 일이 나를 화나게 했는지, 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게 합당했는지 생각해 본다. 부하에게 실수를 일깨워 주면서 다시 그런 실수를 할까봐 진정으로 걱정하는 마음에서 화를 냈는가? 아니면 오전에 본부장에게 혼나서 불편한 마음을 부하에 대한 화로 덮은 것은 아닌가?
이렇게 이미 화를 냈던 마음을 돌아보는 방법과 함께 분노의 현장에서 화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있다. 일종의 ‘관심법’(觀心法)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유체이탈법’(遺體離脫法)이다.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하면 상대방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몸에서 이탈시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와 상대방을 동시에 바라본다. 천정에서 볼 수도 있고 옆자리에서 볼 수도 있다. 추천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뒤편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화를 낼까 말까 하는 내 표정을 보면서 여기서 정말 화를 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둘째는 ‘뚜껑법’으로 박 코치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화가 나는 것을 ‘뚜껑이 열렸다’고 하지 않는가. 그때 그 뚜껑이다. 화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내 머리에 뚜껑이 닫혀있다고 생각한다. 라면이 끓기 시작하면 냄비 뚜껑이 들썩이듯이 화가 치밀기 시작하면 감정도 오르내린다. 이때 오늘 내가 이 뚜껑을 한번 열 것인지 그냥 닫아 놓을 것인지 생각해 본다. 뚜껑을 열기로 결정했으면 언제 열 것인지도 결정한다. 상대방의 말을 다 듣고 화를 낼 것인지, 변명을 듣다 말고 화를 낼 것인지 고민한다. 뚜껑을 여는 것도 온도를 조절해서 서서히 끓어 넘치게 할 것인지, 압력밥솥 터지듯이 폭발시켜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화낸 마음에 대한 ‘복기’(復棋)와 화나고 있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관심법에 익숙해지면 화를 내야 할 일에 대해 제때 마음대로 화를 낼 수 있게 된다. 마음대로 화를 내는 것은 ‘화가 나다’ 같은 피동형이 아니라 ‘화를 내다’와 같은 능동형이다. 나도 모르는 새 화가 나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화를 낼 것인지 내가 결정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