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들은 움츠려든다. 책임을 ‘잘못된 결과에 대해 대가를 치르거나 벌을 받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자마자 들리는 ‘누가 책임질 겁니까?’라는 말은 자못 폭력적이다.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고 책임을 특정 개인에 돌리기 때문이다. 사실 잘못한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일 수도 있다. 또는 정해진 대로 제대로 조치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천재지변에 의해 사고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
왜 책임이라는 말에 대해 불편하게 느끼게 되었을까?
첫째, 책임을 따질 상황과 사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5대 일간지에서 ‘책임’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기사를 찾아보았다. 2001년에 8,231건의 기사가 있었고 2008년에 13,155건으로 급증했다. 2008년에는 키코(KIKO) 사태가 있었다. 이후 1만5천건에 머물던 기사 수는 2018년에 19,205건으로 급증한 후 2020년에는 26,727건까지 늘어났다. 지난 20년간 책임에 대한 기사는 무려 세 배 이상 늘었다. 바야흐로 책임의 시절이다.
둘째, 책임의 긍정적인 의미는 잊고 부정적인 의미가 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2.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로 받는 제재(制裁)’ 라고 나와 있다.
불행한 사건과 사고나 정책의 실패가 발생했을 때마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와 같은 말이 난무하고 있다. 그렇지만 책임에는 ‘책임을 다하다’ 또는 ‘책임을 맡다’와 같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책임은 지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다해 잘 하는 것이다. 책임은 사후(事後)적이지 않고 사전(事前)적이어야 한다. 책임을 다해 일하면 책임지고 회사를 떠날 일은 없다.
#2
박 상무는 경영혁신을 담당하게 된 후 강력한 원가절감 활동을 하기로 했다. 노동조합 간부를 대상으로 원가절감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회를 열었다. 원가절감이라고 하면 인원감축을 떠올리기 때문에 노조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원가절감 활동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 질의응답을 가졌다. 강성으로 소문 난 노조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에도 회사측이 경영혁신을 한다고 하고 제대로 된 게 없었습니다. 직원들만 힘들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실패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박 상무는 노조위원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위원장님은 실패하면 제가 책임지고 그만 두겠다는 말을 듣고 싶으신 겁니까?” 위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도 막상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아니라고도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저는 그만 두지 않습니다. 책임진다는 것은 일이 잘못되면 그만 두는 게 아닙니다. 그건 비겁한 겁니다. 책임지는 것은 ‘책임지고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박 상무는 노조 간부들을 둘러보면서 더 힘을 주어 이야기했다.
“저는 실패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책임지고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 제 할 일입니다.” 위원장과 노조 간부들 모두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