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니 유치원에서 관련된 노래를 배우나 보다. 하루는 자려고 누웠는데 둘째가 귀여운 목소리와 어설픈 발음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 소리도 언젠가는 잊힐까 아쉬워 휴대폰으로 급하게 녹음을 해뒀다.
이미지 출처: https://pin.it/2bjWp3bt5
지칠 만큼 길었던 더위가 가고 가을이 왔다. 오다 못해 아침 바람은 금방 겨울을 몰고 올 것처럼 차가웠다. 어른들은 바쁜 일상으로 계절 감성을 잃어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유치원과 학교에서 가을 노래를 배우며 새로운 세상을 보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배우는 아이들이 때로는 부럽다. 단풍잎의 색깔도, 바람의 냄새도, 노래 가사마저도. 모든 감각들이 얼마나 신기할까.
최근에 가족들과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 다녀왔다. 그날은 구름도 바람도 한 점 없는 최고의 가을날이었다. 추워지기 전 마지막 선물처럼!
무대 옆에는 몇몇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프란츠’라는 음악 출판사도 있었다. 출판사 ‘프란츠’의 이름은 슈베르트, 리스트, 하이든과 같이 여러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름에 ‘프란츠’가 유난히 많은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프란츠가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의 ‘철수’ 같은 것이었을까? 비치된 도서 중 <야생 숲의 노트>에 시선이 꽂혔다. 무려 19세기 책이었다. 미국 음악가인 시미언 피즈 체니가 6년 넘게 숲 속에서 지내면서 여러 새소리를 포착해 짧은 악보로 기록해 두었다. 지금 시대에 봐도 참신하고 아름다웠다.
<야생 숲의 노트> 시미언 피즈 체니, 출판사 프란츠
사들고 집에 와 찬찬히 보았다. 각 페이지마다 새에 대한 설명과 그림(새 그림은 이후 편집 과정에서 추가된 것이라고), 또 그 새를 만난 과정과 소리에 대한 감상, 새소리 악보 등이 적혀 있었다. 모든 페이지가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지만 감성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줬다. 새 그림도 예뻐서 첫째 딸과 함께 따라 그려보았다. 음악의 시작은 어쩌면 자연의 소리에서부터 온 것이 아닐까.
아이와 함께 그린 새들
가을이라 또 하나 떠오르는 음악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나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 곡이다. 나이가 들면서 때로는 클래식이 편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중고로 구입한 턴테이블을 개시하기 위해 샀던 첫 LP도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비킹구르 올라프손, 골드베르크 변주곡
얼마 전 한 도서관에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대한 해설과 연주를 겸하는 자리가 있어 다녀왔다. 백지상태에서 음악만 듣다가 곡에 대한 해설을 듣고 나니 조금 더 새롭게 느껴졌다. 책으로 둘러싸인 고요한 공간에서 조심스럽고 아름답게 연주됐던 아리아의 첫대목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육아의 일상은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피아노의 선율에 그만 울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