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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04. 2021

바람의 빛깔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스물둘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

에토샤 국립공원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맵스미(MAPS.ME) 앱을 이용해 이동 중이었지만 에토샤 국립공원 내 비석으로 된 표지들을 보고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점점 와일드 비스트(wild beast), 타조, 오릭스, 기린, 얼룩말 등등 다양한 동물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에버랜드나 어린이 대공원에 취직한 동물들이 아니라 자신들의 고향에서 지내는 동물들. 이들이 아무렇게나 나자빠져 있는 모습이나 워터홀에서 목을 축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서로 경계하는 시차를 달리하며 목을 축이는 모습


결국 동물들도 인간이랑 똑같은 것이다.
좁은 공간에 매어두면 생기를 잃고
자기 삶에서 컨트롤할 수 없는 게 많아지면
눈에 총기(聰氣)가 떨어지는 것이다.

내가 먼 곳을 떠나온 건 '살아 있다'는 생생함이
가까이에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넓은 곳을 여행하다 보면
반짝거리는 눈빛을 되찾아 갈 수 있을까?



이곳에서만큼은 동물이 인간이 다스리는 하위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그들의 위협이 되지 않고, 그들도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들이 그랬다. 실제로 이들의 고향에서 내가 차에 내리면 나는,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약한 존재일 것이다.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났다.

오연준 「바람의 빛깔」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하지는 마세요
나무와 바위 작은 새들 조차
세상을 느낄 수가 있어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달을 보고 우는 늑대 울음소리는
뭘 말하려는 건지 아나요
그 한적 깊은 산속 숲소리와
바람의 빛깔이 뭔지 아나요
바람의 아름다운 저 빛깔을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서로 다른 피부색을 지녔다 해도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죠
바람이 보여주는 빛을 볼 수 있는
바로 그런 눈이 필요한 거죠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관광지 조랑말들의 고단함을 기억한다. 새장 속 푸드덕거리던 새들의 한계에 고개를 저었었다. 아쿠아리움에 갇힌 물고기들은 또 어떻고......  이제 한국에서 동물원에 가기는 힘들 것 같다. 동물들이 생기를 잃고 눈빛을 잃어간 모습은 보기 힘들 것 같다. "이건 얘네 본모습이 아니야, 진짜가 아니잖아!" 하게 될 것 같다. 대단한 동물 애호가여서가 아니라 나도 자유롭고 싶기 때문이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그들을 느낀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타자(者)의 삶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소비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삶이 본성대로 살 수 있도록,
생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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