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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04. 2021

가자, 주토피아! 가자, 사파리!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스물하나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


이불이 나를 포옥 감싸주는 침대에서 다시 아침이 밝았다. 더 자고 싶었지만 일찍 일어나 체크 아웃 준비를 해야했다. 만만치 않은 일정을 앞둔 하루였기 때문이다. 이 날은 에토샤 국립공원을 구경하며 빠르게 통과해 인터케이프 버스를 타러 룬두까지 이동해야 했다. 차에 짐을 싣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가만 보니 전 날 스카이다이빙샵에서 먹은 점심이 우리가 한 식사의 다였다. '배고프다!'

레스토랑에는 요리사가 조리까지 해주는 조식이 준비돼 있었다.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맛있게 먹었다. 날씨도 무척 좋았다. 이제 가자, 주토피아! 가자, 사파리!



에토샤 국립공원은 아프리카 3대 국립공원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인데 우리가 아프리카 여행 중 손꼽도록 기다린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 예지랑 '사막 여행'을 테마로 행선지를 정할 때, 아프리카 쪽 사막으로 가면 사파리도 할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에 나미비아를 선택했다. 바로 오늘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그 동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으리라.

보통 사파리를 할 때 빅5(Big 5)를 찾아보며 게임 드라이브(사파리 관광)를 한다. 여기서 빅5는 사자, 코끼리, 코뿔소, 표범, 버팔로를 포함한 것이다. 우리도 에토샤 국립공원을 목전에 두고 빅5를 다 볼 수 있기를 소망했다.



에토샤 국립공원의 간판이 보였다. 차에 내려 돌아다니지 말 것, 먹이를 주지 말 것, 야간에 운전하지 말 것 등 사파리 관광 전에 알아야 할 주의 사항들을 숙지했다. 입구 근처에 입장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여행책자에서 본 '힘바족(나미비아 원주민)'을 우연찮게 발견했다. 관광지만 돌아다녀서 이들을 실제 볼 수 있을 거란 생각하지 못했는데 보게 되서 너무 반가웠다. 다가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손으로 제지를 당했다. 알고보니 이들은 사진 찍히고 요금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부모로 보이는 사람은 힘바족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지만 아들로 여겨지는 사람은 우리와 같은 현대 복장을 하고 있어 눈치챘다. 그녀는 워킹맘이었다.




이들을 지나쳐 에토샤 국립공원에 입장했다. 에토샤 국립공원 내에는 휴게소도 있었다. 여기서 차의 열기도 식히고 기념품도 샀다. 그리곤 사파리를 하러 다시 길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프링복이 싸우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 주변으로 관광 차량들이 서 있었다.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 스프링복은 아랑곳하지 않고 혈전을 치루고 있었다. 이렇게 치고 박고 싸우는 광경은 초등학교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싸움이 너무나 생생해서 우리가 동물원에 온 게 아니라
동물들이 사는 곳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인간의 질서를 벗어난 것이다.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작아졌다.



계속 구경하는데 동행들이 말하는 게 너무나 웃겼다.

"쟤네 임팔라인가?"

"우리가 먹은 애들(스프링복) 아니야?"

"누가 이길까? 형, 누구한테 (내기) 걸래요?"

"엉덩이 빵빵한 놈!"

"들어오자마자 이거 뭐야? 이벤트 짱인데?"

"피 나."

"어머, 어떡해……."

"그만 좀 싸워, 야 좀 말려봐. 아침부터 왜 그러는 거야, 니네!"

"담임 선생님한테 말해요. 교무실 가서."

"일러, 일러. 엄마 데리고 와."

"부모님 면담 해야겠네."

"한 명이 피하고 서로 양보하면 되잖아."

"치열하다, 진짜."

"인간이랑 똑같지."

"저기, 친구 같다, 친구."

"쟤는 암놈 같은데?"

"쟤 때문에 싸우는 건가?"

"아아, 그러네. 다 똑같애. 아주 그냥. 어휴, 남자들이란……."

"쟤 때문에 싸우는 거야. 저 지지배. 쟤가 문제야, 쟤가. 저 기집애."

"감정이입 대박이야."

"와 갖고 말리던가. '그만해' 이러던가."

"아니, 지금 자기가 좋아하는 애가 이기고 있거든. 그래서 그런 거."

"아이고, 아이고 아파."

"아프겠다, 진짜!"


그 와중에 에토샤 국립공원에 와서야 처음 개시한 망원렌즈에 난 감동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망원렌즈를 빌려 주셨는데 너무 고가라 그제야 본격적으로 쓰는 것이었다.

"여러분, 렌즈 감동이에요!"



이 대화에서도 알 수 있는 건 사람은 자기가 관심 있는 것 위주로 말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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