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식사를 마치고 나니 해가 질 채비를 마친 듯했다. 우리는 인기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부랴부랴 주변을 정리하고 캠핑지 내에 마련된 워터홀로 이동했다. 워터홀 뒤에는 마치 극장처럼 조명도 있고 객석도 있었다. 먼저 자리 잡은 사람들은 동물들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 고요함에 우리도 극장에 늦게 들어온 사람들처럼 저절로 속삭이게 되었다. 사람의 소리를 제외하면 풀벌레 소리, 새가 푸드덕 거리는 소리, 동물들이 풀을 헤집고 다니는 소리, 미약한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이렇게 광활한 곳에서 이처럼 사소한 소리만 들리다니……. 누가 조용히 하라고 해서 침묵한 것이 아니라, 이 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마음에 저절로 고요해졌다.
생각보다 많은 동물, 극적인 장면을 보진 못했지만 아프리카 특유의 새빨간 석양은 내가 곧 붉어질 것처럼 동화되게 만들었다.
'풍경이 주는 느낌은 느리고 고요한데 나는 왜 이따금 초조하고 수선해지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 붉음이 금세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보고 있어도 자꾸만 아쉽고 아깝고
갖고 있어도 가질 수 없단 예감이 들었다.
너무 좋으면서 싫은 게
꼭 '벚꽃이 흩날리는 것'을 볼 때와 같은 마음이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은 왜 이렇게 한시적일까.
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쉬지 않고 동영상을 촬영하고 사진을 찍어댔다.자꾸만 흔적을 남겨서 석양을 붙잡고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