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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아주다 Jul 06. 2021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 스물여덟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룬두


땡볕에 룬두로 향하게 되었다. 우리는 운전하는 사람이 졸릴까 봐 노래를 아주 크게 틀어놓았다. 이 차 안에서 처음 들었지만 너무 좋았던 노래가 생각난다. 베란다 프로젝트의 「괜찮아」란 곡으로, 가수 김동률과 이상순이 화음을 넣어가며 힘차게 부른 곡이었다.


「괜찮아」- 베란다 프로젝트(김동률, 이상순)

함께 출발한 네 친구들이
어느새 저만치 앞서 달릴 때
닿을 듯했던 너의 꿈들이
자꾸 저 멀리로 아득해질 때
그럴 때 생각해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너를
더욱 빛나게 할 거야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좀 서툴면 어때
가끔 넘어질 수도 있지
세상에 모든 게 단 한 번에 이뤄지면
그건 조금 싱거울 테니

너보다 멋진 네 친구들이
한없이 널 작아지게 만들 때
널 향한 사람들의 기대로
자꾸 어디론가 숨고 싶을 때
그럴 때 생각해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너를
더욱 빛나게 할 거야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좀 더디면 어때
꼭 먼저 앞설 필요는 없지
저 높은 정상에 너 혼자뿐이라면
그건 정말 외로울 테니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뒤를 돌아봐
벌써 이만큼 온 거잖아
언젠가 웃으며 오늘을 기억할 날에
조금 멋쩍을지 몰라
너도 몰래 어느새
훌쩍 커버린 너일 테니


퇴사 후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온 지석이, 직업 군인에서 제대하고 온 하국 오빠에게 어울릴 가사였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도 고민이 많은, 예지와 나에게도 무척 귀담아듣고 싶은 노래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남들과 비교하며 사는 것'에서 초연해져야 하는 시기가 온다. 남들이 신경은 쓰이지만 제 스스로 다음 스텝을 밟지 않으면 성장도, 변화도 더뎌 초조해지는 시기. 그럴 때 나는 주로 주눅이 들고 안으로 숨는 편이었다. 이 노래는 나이는 비슷해도, 인생을 지나가는 속도가 달라진 청춘들에게 힘을 주는 가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동화된 채 이 노래를 감상했다.


시간이 지나자 햇볕이 너무 강렬해 잠이 쏟아졌다. 그 전까지만 해도 운전자를 위해 꼭 몇 명은 깨어 얘기하면서 이동했는데, 이 날은 운전자인 지석이만 깨 있었다. 나도 이날만큼은 졸음을 이기기가 힘들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자버렸다. 오히려 자는 사람들을 위해 지석이는 볼륨을 줄여 운전을 했다. 이 친구도 햇볕을 정면으로 맞아서 정말 피곤했을 텐데 쉬지 않고 달렸다.



여행에서 본 지석이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계획성이 있어 시작이 빠르면서 뒤늦게 따라오는 다른 사람 의견에 수용적이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달려드는 모습은, 용감함의 상징인 '첫 번째 펭귄'을 떠올리게 한다. 이날 운전하는 모습에서는 인내심도, 책임감도 강한 친구라고 느꼈다. 아직 한국의 인사담당자들은 그를 모르지만 우리는 알기에, 반드시 잘 풀릴 친구라 확신하게 되었다. 


나는 취업 빙하기/취업 낙하산 기사를 보면 마음이 구석구석 아프다. 달리기가 달리기가 아니었던 것들, 노력이 노력이 아니게 된 것들이 이내 걸려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나와 내 소중한 사람들이 마음 상하는 일이 적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잊는다. 


그럴 때 생각해
지금 이 순간이 언젠가 너를
더욱 빛나게 할 거야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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