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어떻게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

- 로버트 B. 마르크스,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

by 어스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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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근대의 기원, 15세기에서 21세기까지의 세계적이고 생태적인 이야기 The Origins the Modern, 2nd Edition: A Global and Ecological Narrative from the fifteenth to the Twenty-first Century』이다. 지난 600년~800년의 역사 속에서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 왔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번역 제목이 <어떻게 세계는 서양이 주도하게 되었는가>가 된 이유는 이 책의 전체를 아우르는 의문이라서일 것이다. 1500년 경에는 오히려 아시아가 세계 무역의 주도권을 차지했었는데 지금은 왜 서양이 세계를 주도하게 되었는지를 자세하게(주로 4-5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이 저자의 관점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유럽중심적 사고관'에서 벗어나 세계가 서로 상호작용을 이루는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두 가지를 지적한다. 유럽 우월주의는 허구이며, 역사적인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 우연성은 기후 변화나 석탄의 매몰지와 같은 생태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러나 300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책에 600-800년의 역사를 담은 점은 무리한 시도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큰 뿌리만 남아서 연결이 좀 끊어지거나 추상적인 서술들이 있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참고문헌이나 주석이 달려 있지 않은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재용이나 대중입문서용으로 서술되었기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세계사책은 주로 유럽과 서양의 역사 위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역시 그런 면이 강하다. 다만, 중간에 동양(주로 중국이긴 해도)이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들도 끼워 넣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미국사람 치고 그렇다는 의미인데, 이 정도의 서술도 작가가 동양사를 전공한 사람이라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혁명 이후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뿌리를 유럽이 갖고 있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관점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맺는말에서 저자는 "서구의 부상은 문명화된 후손이나 우월한 문화와 관련 있지 않고 흑사병, 설탕, 흑인 노예, 은, 아편, 총, 전쟁과 관련이 있다"(305)고 말한다.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서구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식민지 삼고 착취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나라들이 독립국이 된 다음에도 교묘한 정책으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점을 시인한다.(283) 그러니 지금까지 이어지는 서양의 독주는 시작부터 불공정했던 경쟁 조건 때문일 것이다.(284) 우리나라식 표현으로 하면 금수저와 흑수저의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텍스트들을 대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서구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보다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어디서든 다 같이 어울려 살기보다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사람들이 약자(혹은 타자)를 밀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타자를 환대하는 일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앞으로도 우리는 완전히 서구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미 존재하는 사회(전지구적 자본주의)를 떠나 살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다만, '상황을 알고 인식'하는 것부터가 출발이 아닐까? 우리가 완벽한 결론을 낼 수 없더라도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가능성에서부터 시야가 열린다고 믿는다. 꼭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다른 선택은 시작되겠다. 마찬가지로 타자를 환대하는 일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아니. 우리가 타자를 받아들여야 할 이유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생각의 결론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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