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길에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긴 했으나 그냥 무시하고 나갔다. 트랙에 도착하니 이미 비는 쏟아지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 뛰는 사람들이 보였다. 조깅 트랙에서 뛰다가 바깥쪽 산책로로 뛰기 시작했다. 무성한 나뭇잎이 비를 막아주었다. 나뭇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름다웠다. 마치 교향곡의 클라이맥스 처럼. 이 무성하고 키큰 나무들은 여름에 햇빛을 가려주더니 지금은 비를 막아주고 있다. 우거진 나무숲에서 불어오는 향기를 쑥 들이마셨다. 나무들의 돌봄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마운 마음, 아쉬운 마음. 여러 마음들이 교차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뛰지 않기 때문에 나무들의 사진은 없지만 기억에 깊이 입력해놓기로 한다.
간간히 조깅트랙쪽으로 나가서 비를 정면으로 맞으며 뛰었다. 살갗에 닿는 빗방울의 느낌이 좋다. 되도록이면 자세를 억지로 잡으려 하지 않고 어깨와 발목에 힘을 빼서 몸이 저절로 자세를 잡게 한다. 그러면 지금 내 몸 상태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이 만들어진다. 골반이 아파서 뛰는데 힘들었던 때도 있었는데 그 때에 비하면 훨씬 컨디션이 좋다. 아픈 덕분에 몸을 쓰는 법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러나 트랙에서 비를 맞으며 뛰고 있는 아저씨가 있어서 은근히 힘이 되었다. 한 시간이 지날 무렵 그도 사라졌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났고 다리의 무게는 신기하게도 처음보다 가벼워졌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여름에 비가 욌을 때도 나가서 뛰었을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많다. 어느새 도로에 낙엽이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