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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달리기

by 김열무호두

며칠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날이 너무 무더워서 나가기가 꺼려졌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난 날에도 실내운동으로 대체하고 수영을 하러 갔다. 한강변에는 아예 그늘이 없어서 달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뒷산 트랙을 돌았는데 그것도 나가기가 무서웠다.


어제는 아침에 다섯시에 눈이 떠졌는데 일어나서 지피티에게 시덥잖은 것이나 물어보고 있자니 몸을 좀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더워도 죽기야 하겠어.



막상 뒷산 트랙으로 향하자 아침 일곱시였는데도 햇볕이 뜨겁게 쏟아졌다. 십분쯤 뛰다가 나무그늘이 있는 트랙 옆 길로 향했다. 땡볕보다는 달리기가 훨씬 나았다. 조금 뛰다가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달렸다. 그늘을 찾아서 이곳 저곳을 누비다보니 대부분이 오르막길이었다. 헉헉하며 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달리다보니 긴장이 풀리고 꽤 달릴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달리다보면 가끔 산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 실낱같은 바람이 신기하게도 더위를 꽤나 식혀준다.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그리고 트랙 뺑뺑이를 도는 것보다 그늘을 찾아 이 곳 저곳을 누비는 것이 훨씬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수영갈 시간이 되었기에 한 삼십분 정도만 짧게 달린후 산에서 내려왔다. 신기하게도 달리고 나면 에너지가 더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바로 수영장으로 가서 샤워를 싹 하고 자유수영을 하고 나니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몇 주간은 더위가 지속될테지만 너무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달리기는 멈추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금은 편안함의 습격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어 공유해본다.



“헬스장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은 확실히 심혈관 계통을 자극하며, 이는 뇌에도 이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신체가 가장 적합하게 적응한 운동 방식일까요? 사람들을 야외에 내놓으면, 그래서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로를 뛰면, 길을 잘 찾아가는 일, 어디서 멈추고 속도는 어떻게 잡고 어디서 꺾을지를 결정하는 일 등등 온갖 인지적 과제가 추가로 따라붙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뇌 보호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라이클렌은 주장한다. 뇌가 더 똑똑해지고, 더 빨라지고, 병에도 덜 걸린다는 것이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 / 김원진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t3KnD6ENzriaebVz5



똑똑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달리고나면 훨씬 관대해지는 것 같긴 하다. 누구에게? 바로 나에게.



목축과 농경 기술을 터득하기 이전의 인간들은 “활동적인 육체를 유지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프로 운동선수나 다름없었다”고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전부를 요즘 사람들이 운동이라고 부르는 일들을 하는 데 소비했기 때문이다.​



초기 인간들은 날것 그대로의 땅을 누비며 먼 거리를 걷고 달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당시 이 사냥꾼들이 하루에 4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거나 걷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지음 / 김원진 옮김​



얼마 멀리 달리지도 못하지만 가끔 나는 선사시대의 수렵채집인에 대해서 상상해볼 때가 있다. 그들은 먹잇감을 추적하기 위해서 하루 적어도 이십 킬로 이상은 걷고 달렸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적어도 열매라도 찾기 위해서 긴 거리를 이동하고 짊어지고 돌아와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삼십분 정도 달리기는 크게 힘든 것은 아니다. 물론 요즘 같은 폭염에 한낮에 달리기를 땡볕에서 했다가는 나약한 현대인인 나같은 사람은 온열질환에 걸릴 것이 분명하지만 아침 시간 그늘을 찾아 잠깐 달리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 수영까지 마치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는 잠들어버리긴 했지만.



그리고 오늘도 아침에 나가서 달리기를 했다. 알고 있었지만 뛰지않았던 데크 오르막길을 달렸다. 사십분정도. 큰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밑에서 달리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검붉고 습기를 머금은 땅과 나무가 내뿜는 시원한 공기. 폭염에도 자연이 주는 선물은 풍성하다. 하지만 얼른 비가 왔으면. 폭우나 폭염등 기후위기가 초래한 이상 기후현상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만, 그나마 한조각 있는 집 근처 자연에 새삼스레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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