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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종혁 Nov 17. 2019

디자인의 팔할은 소통이 아닐까

보통은 작업 요청이 들어오면 요구하는 컨텍스트에 맞는 시안 2~3개 정도를 제시하는데 생각하는 디자인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부족함을 실감하며 나 자신을 다시금 다그친다.


"이 일이 내 일이 아닌가...22222"


 정말 이 일이 내 일이 아니라면 다른 기술을 배워야 했겠지만, 모쪼록 당연한 일이었다. 타인의 마음에 들 수도 있고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조건에 맞는 결과물을 위해 노력했다면 괜찮다고 해도 좋다. 그럴때마다 결과물에 감사해했던 클라이언트를 떠올리자. 다시금 힘이 충전되는 기분을 맛본다. 이 맛에 하지!


"아쉽지만 인연이 아니네요. 다음에 더 좋은 기회로 뵙겠습니다."


 단, 이때 의뢰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을 말로 구슬려 팔지만 않으면 된다. 클라이언트에 비해 당연히 더 높은 디자인 지식이 있지만 결국 돈을 지불하는 사람, 그리고 사이트를 운영하게 될 사람 모두 내가 아닌 클라이언트다. 그렇기에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최대한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의뢰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 눈에 혹은 다른 사람 눈에 백날 예뻐도 그 사람에게는 줄 수 없는 결과물이니까. 물론 주문 하나 하나가 생계이다보니 돈에 흔들릴 때가 종종 있지만 엄밀히 말해 그 돈의 주인은 내가 아닌 것이다. 떠나가는 의뢰인을 그대로 놓아주자. 더 좋은 실력을 갖췄을 때 마주칠 인연을 생각하며. 아디오스! 다행히 경험이 늘수록 점점 겸허해지는 것 같기는 하다.


 내가 실감하는 외주 작업은 누군가에게 관광지를 추천하는 맥락과 유사하다. 추천을 해야하는 나는 '프랑스 남부에서 2년 간 살았던 평범한 교환학생'이며 추천을 받는 이는 '프랑스로 여행을 가지만 프랑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초보 여행자'라고 가정해보자.


"나는 바닷가 근처 하늘이 예쁜 '니스'나  '마르세유'와 같은 도시가 좋을 것 같아. 한국인이 너무 많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아 그리고 프랑스라면 맛있는 것도 많겠지? 너무 낭만적이야!"


 입에서 '니스'나 '마르세유'가 나온 이상 이를 제외한 도시들 중에서 답을 내야만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관광지를 추천해야하는 나는 니스나 마르세유를 좋아한다는 사실. 심지어 프랑스에 살았지만 구석 구석 많이 가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추천자는 가본 적은 없지만 해당 도시들 만큼 예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꽤 괜찮은 관광지를 찾아 지도를 건네야만 하는 것이다. 심지어 성공적인 추천을 위해서는 '해산물이 맛있는 식당과 한적하게 산책하기에 좋은 낭만의 거리' 등의 숨겨진 조건들도 잘 살펴야 한다. 그렇게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남동부의 '생 트로페'를 추천하지만 '그냥 니스로 가야겠다. 제일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겠지?'같은 대답이 돌아온다면, 혹은 '남부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파리로 가야겠어.'와 같은 답변을 듣는다면? 수많은 여행책자들을 펴가며 살펴본 나의 시간과 노력이 스쳐지나가지만 애써 웃으며 답해야한다. '그렇구나. 좋은 여행되렴 :)'


소통이란 역시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 일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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