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는 긴 과정은 항상 필요하다.
귀농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왜 귀농을 하셨어요?”
그 질문에 항상 나는 "예전부터 시골에 내려와 사는게 꿈이였다." 라고 대답하는게 전부였다.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보통은 도시 생활이 힘들어서, 자연이 좋아서, 귀농을 선택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말하는 이유들이었고, 질문을 한 사람 조차도 흔히 예상되는 답변이거니 했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질문은 점점 어려워졌다.
귀농이라는 선택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층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체감하게 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귀농에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목적과 동기가 함께 얽혀 있다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귀농의 이유는 사실 ‘동기’에 가깝다. 왜 도시를 떠났는지, 어떤 계기로 시골로 내려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주변의 귀농 사례들과 내 경험을 겹쳐 보며 정리해보니, 돈 이야기를 완전히 제외했을 때 귀농의 동기는 대략 네 가지 정도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도시 생활에 대한 피로감이다.
가장 흔한 유형이다. 도시가 싫다기보다는 도시의 속도, 경쟁, 반복되는 일상에 더 이상 몸과 마음이 맞지 않는 경우다. 직장 생활이 싫어서라기보다는, 그 구조 안에서 내가 점점 소모되고 있다는 감각이 강해진다.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조금 더 느린 호흡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뜻에 가깝다.
두 번째는 은퇴 이후의 삶이다.
정년퇴직을 했거나, 사실상 사회적 은퇴 상태에 들어간 사람들이 선택하는 귀농이다. 완전히 일을 놓고 쉬기보다는, 의미 있는 노동을 계속하고 싶은 경우다. 이때 농사는 취미와 노동의 경계에 놓인 선택이 되고, 삶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된다.
세 번째는 가족의 이유다.
농사를 업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부모님의 건강 문제, 갑작스러운 부재, 혹은 누군가는 내려가야만 하는 상황.
이 경우 귀농은 선택이라기보다 책임에 가깝다. 그래서 현실의 무게를 가장 빠르게 체감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농사를 업으로 삼겠다는 결심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나 도시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농업을 하나의 직업, 더 나아가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귀농이다. 작물 선택부터 판로, 규모, 확장 가능성까지를 처음부터 계산에 넣고 들어온다. 이 경우 귀농은 삶의 전환이라기보다, 직업의 전환에 가깝다.
여기까지가 돈을 제외한, 순수한 동기의 이야기다.
하지만 귀농을 현실로 끌어오는 순간, 이 동기들만으로 설명은 끝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귀농에는 반드시 돈에 대한 목적이 따라붙는다.
이 돈의 목적은 의외로 단순하게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적당히 벌고 오래 유지하는 것,
다른 하나는 농사로 더 많은 수익을 만들기 위해 구조를 키우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생계를 목표로 하는 경우와, ‘대박’을 노리는 경우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느 쪽이 옳으냐가 아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가지 중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은 채 귀농을 시작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동기와 돈의 목적이 어긋날 때, 갈등은 거의 예외 없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도시 생활이 싫어서 내려왔지만, 현실에서는 농사를 통해 일정 이상의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반대로 농업을 업으로 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노동의 강도와 생활의 불편함 앞에서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다’라는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귀농을 동기와 돈, 두 개의 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조합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스스로의 위치를 인식하지 못한 채 시작하는 데 있다.
이 지점에서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농사는 자본 게임이다.”
이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 문장은 모든 귀농인에게 같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농업을 산업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전제지만,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 내려온 사람에게는 꽤 잔인한 문장이다. 같은 말이지만, 서 있는 자리와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그래서 귀농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기술도, 작물도, 지원금도 아니다.
“나는 왜 귀농을 하려는가.”
그리고
“나는 농사로 얼마를 벌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당장 떠오르는 답을 가지고 그 생각을 강화해 나갈것이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봐야 될 질문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면, 귀농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