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에세이스트의 글쓰기 루틴

'뭐라도 쓰기'에서 네버엔딩 글공장이 되기까지

매일 새 글을 쓴다는 것, 그보다 일상기록, 그 자체가 막막하고 지루했던 적이 많다.


격하게 꿈을 꾼 날 꿈일기를 써야할 것 같지만 '쓰는 습관'이 생기기 전에는 그조차도 남의 떡이다. 갖고 싶지만 내 것이 아닌 것.




쓰기 위해 연구하던 한 시절은 오래되어 빛이 바랬다. 쾌락 독서를 밥먹듯이 하던 시절도 이제는 머나먼 과거. 그 책들 참 좋았는데, 다시 읽자니 안 읽은 책들이 아른아른해서 고개를 젓는다. 요 네스뵈가 그리우면 3년 전에 사두고 방치한 <폴리스> 영어판을 읽으면 된다. 영어판을 열심히 사고 모았는데 중고 국내서에 치여서 안 읽히고 여기저기 고여있다.


낙서를 하던 노트가 블로그 작업일지로 변했다. 세 번째 노트에는 어마무시한 <인스타 셀럽 가이드>의 기획서와 세부사항 등이 담기고 있다. 이 글은 그 방대함에 비해 여기 조금 저기 조금 물어 나르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7년 동안 죽도록 생각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 딱 요만큼만 쓰겠다고 범위를 지정하면 술술 풀린다. 그 노트가 좀 두꺼운 편이라, 디스토피아 세계관 기획서도 같이 쓰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인스타에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 따로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한다. 현재 인스타에서 초고가 발행되는 연작은 총 7가지다.




엑셀 파일로 목차를 관리하자니 번거롭다. 종이 플래너만 세 권이고, 주간 메모지와 한 눈에 보는 월간 메모지를 쓰고 있다.


가장 업데이트가 빠른 곳은 아이폰 메모장이다. 메모장의 한 파일은 아무런 특수기능 없이, 날짜와 이모티콘, 주제 만으로 내 스케줄과 현재 상태를 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 길어지면 스크롤 압박도 생기고, 파일이 날아갈 경우 아주 난감하기 때문에 3-4개월 단위로 새 파일을 만들어서 과도기를 중복되게 관리한다. 아직 6월 이후의 새 파일을 만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관리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그 기간이 '냅킨에세이'를 데일리 베이스로 쓰게 된 기간이다. 재작년, 블로그 챌린지를 4개월 동안 하고나서 휴식기가 길어졌다. 대신 거의 매일 쓰는 인스타 냅킨에세이가 점점 길어졌고, 한동안 모든 글이 2천자였다. 이제 포스팅 주기도 격일로 늘리면서 가끔 에세이를 패스하고 싶은데 스케줄이 타이트해서 그게 잘 안 된다.




매일 써야 4일에 한 번 서평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7종의 에세이는 2권의 서평과 6종의 에세이가 한 세트, 인 총 8개의 포스팅이 한 주기다. 매일 이 포스팅을 소화해야 4주에 7권을 읽을 수 있다. (4일) X (7권) = (28일) = (4주)


더 읽어도 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미리 읽었다고 방심하고 딴짓하게 될 때도 있다. 보통은 서평 (셀프) 마감일이 닥쳐야 읽는다.




나머지 6종의 에세이는 과도기다. 미국 드라마, 영화 리뷰에서 이어지는 OTT리뷰는 한동안 루즈하게 쓸 예정이다. (브런치북으로 엮을 계획이었던 대작은 일단 완결) 전시가 제철이라, 미국 화가 리뷰는 실시간 전시를 중심으로 관련 아티스트를 한명씩 소환할 예정이다.


인스타 가이드북, <인스타 셀럽 되기>는 에세이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정보로 똘똘 뭉친 머리 아픈 이야기도 아니다. 이건 아까도 얘기했고.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여러 버전의 가제목을 돌려 쓰는 중)




나머지 3종이 진짜 에세이다. 지금 쓰고 있는 글, 아바타 에세이(매거진의 표제)는 가벼운 '허세형' 카페 리뷰를 하면서 현실 자각 타임을 갖다가 튀어나온 자아성찰 에세이다. 사회적 자아(=아바타)에 대해 다각도로 관찰할 예정이었는데, 마음 가는 대로 쓰다보니 지난 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재빨리 돌아오느라 숨이 차다.


며칠 전에 시작한 루틴 에세이는 오래 벼르고 있던 주제다. 유튜버 모닝 루틴과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다. 삶의 질을 향상하는 화장품을 포함한 인생템을 소개할지도 모르겠으나... 항상 벼르고 있던 그 작업은 과연 이 소개가 내게 어떤 효과를 줄지, 협찬이 들어오면 받을 생각은 과연 있는지, 와 같은 문제와 충돌하고 그래서 매번 사라져갔다.


블로그에서는 나름 효자 포스팅인 제품 리뷰도 보유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협찬이 들어오지도 않은데다 굳이? 라는 생각도 들고...




루틴 에세이의 목차가 아바타 에세이의 목차보다 빨리 완성됐다. 아바타 에세이는 주로 온라인 자아와 온라인에 전시하고 싶은 사회적 자아, 이상 자아에 대한 제약없는 탐구인데 루틴 에세이는 내가 먹고 바르고 입는 것, 시절 취미와 덕질 등을 하나씩 돌아보는 이야기랄까. 하지만 여전히 정해진 건 없다.


특히 루틴 에세이는 겨우 한 편을 쓴 상태이므로 아무도 모르게 폐기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굳이 또 이렇게 자랑하고 있다.


마지막 에세이는 산책 에세이다. 설명이 필요 없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부터 함께 한 이야기니까.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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