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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Apr 26. 2023

좋은 아침입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은근 하루가 든든한 빵모닝


오늘도 완벽한 아침은 아니다.


완벽한 아침이란, 눈 뜨자마자 커피 한 잔을 내려 키보드 앞에 앉는 것이다. 가끔 너무 완벽한 아침이라 키보드 대신 책을 꺼내들기도 하는데, 냉정하게 말하자면 인풋의 쾌감은 아웃풋의 쾌감을 따라갈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키보드를 꺼낸다.


완벽한 아침에 커피 이외의 것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잠을 깨면서 허기를 달래면, 혹은 방전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해 미리 연료를 채우려면 빵이 필요하다. (이것이 아침 식사, breakfast 존재 이유겠지.) 정말 속이  좋을  부드러운 , 그보다   좋을  과일주스 등으로 해장을 하겠지만 그럴땐 어쨌든 바로 키보드를 마주하기 겁난다. 그럼에도 주스  잔에 기운을 내는 날도 있다.


빵의 위력을 새삼 느낀다.


그래, 어떤 사람은 탄수화물을 자제해야 한다. 나도 쌀 때문에 만성 복부 비만, 마른 비만에 시달린다. 아메리칸 입맛을 자랑하지만 사실 난 쌀을 너무 좋아한다. <길모어 걸스>에서 로리와 로리의 예일 친구 루시-제시카 존스-가 이런 대화를 한다. "쌀이 정말 많아, 쌀 좋아해?", "쌀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쌀의 문제는 부식이다. 이 얘긴 쌀이 주인공일때 할 것이다. 오늘은 빵이 주인공이다. 빵의 최대 매력은 부식이 없어도 되며 커피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물론 샌드위치, 햄버거, 피자가 더 좋다. 그러나 모닝루틴으로 삼기엔 번거롭다. 만약 이게 영화라면, 집에서 1분도 안 걸리는 카페에 가서 크림치즈 베이글을 시켰을 것이다. 씻고 옷 갈아입고 등등을 자동완성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IRL, in real life에서 보통은 눈뜨자마자 커피 한잔과 함께 1미터 앞 책상으로 출근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


특히 오늘은 커피를 내리기 전에 해결할 문제가 있었다. 샤워를 꼭 해야 하는 날이고-어제의 샤워를 미루었기 때문에-샤워하는 동안에 꼭 돌려야 하는 빨래-어제의 빨래를 미루었기 때문에-가 있었다. 그래서 빨래는 아직도 돌고 있고, 샤워를 하는 동안 연료가 소모되었으니 커피와 함께 빵을 준비했다.


날이 따뜻해져서 바로 샤워를 했지만, 겨울 내내 아무리 샤워가 밀려있었어도 몸이 뜨거워지기 전에는 옷을 벗을 수 없었다. 그럴때 뜨거운 커피는 만병통치약이다.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주면서, 몸이 덥혀지는 동안 글을 쓸 수 있는 정신 상태도 만들어준다.




커피가 자꾸 시선을 강탈하지만 여전히 주인공은 빵이다. 커피는 다음에 마저 이야기할 것이다. 커피만 있어도 되는 아침이 더 완벽하지만 커피와 빵이 함께 있으면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속이 허전한데 빵이 없거나, 빵을 굽기 귀찮을 땐 커피에 우유를 넣기도 한다. 그러나 버터구이 식빵을 먹을 때보다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전날 유제품이나 술을 마셨다면 우유는 바이바이. 한 입 먹고 한 달 동안 방치된 우유가 있기에, 적어도 3개월은 우유반입금지 모드가 됐다. 남은 시리얼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주에는 2+1으로 두유를 구입했다.  


버터구이 식빵, 이 빵은 정말이지 요물이다. 대량생산되는 이 식빵은 무려 두께가 2.5 센티미터에 달하고 독일산 발효버터가 첨가되어 버터를 따로 사거나 바르지 않아도 된다. 버터가 아예 들어가지 않았어도 커피와 함께 토스트를 먹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빵 안에 버터가 눈에 띄지도 않게 포함된 토스트는 버터를 따로 발라서 굽거나, 구워서 바른 것보다 자연스럽게 버터향이 나면서도 풍미가 좋다. 무엇보다도 편리하다.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설거지 하나 줄이는 게 어딘가.


빵만 구우니까 프라이팬과 접시를 매일 씻지 않아도 된다. 키친타월 반 장을 찢어 프라이팬과 접시와 뒤집개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내고 그대로 쓴다. 그러다가 스파게티를 먹는 날 그 핑계로 프라이팬, 접시, 뒤집개 트리오를 목욕시킨다. 잘 구워진 토스트는 가위로 4등분이나 6등분을 하는데, 오늘처럼 손에 헤어왁스가 묻어있는 날에는 비닐장갑을 끼지만 이것도 재사용한다. 손이 깨끗하면 맨손으로 자르고, 가위도 키친타월로만 닦아낸다.




아침에 카페로 출근하거나, 카페에 들러서 사무실로 출근한다면 남이 타준 커피와 남이 구워준 토스트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도 비용도 쓰레기도 더 많이 나온다. 그래서 왠만하면, 모닝루틴을 집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가벼운 아침을 곁들여 모닝페이지에 가까운 냅킨에세이-인스타그램 분량 제한을 활용한 2천자 에세이를 쓰고 나면,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거나 커피를 리필해서 다른 플랫폼에 발행할 다른 글을 퇴고하거나 책을 읽는다.


만약 완벽한 날이어서 1교시에 커피만 마셨다면, 초고인 냅킨에세이 또는 완성고 한 개를 마치고 커피를 리필할 때 빵을 먹는다. 그렇게 점심까지, 실제로는 낮 12시에 시작했으니 시간상으로는 저녁까지 모닝루틴을 이어간 적도 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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