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느끼는 호퍼의 흔적과 그 기록들
뉴욕의 아이콘, 호퍼를 제대로 보려면
시카고에 가야 한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촬영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너무 많이 올려서 굳이 재업하지 않겠다. 내가 찍은 그 사진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하이라이트의 '지금 이벤트'와 '킬짱 최신기사'를 통해 헤드라잇, 또는 알라딘 메인화면을 통해 투비컨티뉴드 대표글 썸네일 등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에서 '에드워드 호퍼 시카고미술관'을 검색하면 브런치에 발행한 관련 포스팅이-완전 상위는 아니지만 진짜 시카고미술관이 나오는 글 중에서는 상위에-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음에서 검색하면 다른 최근 글에 밀려서 찾기가 어렵다.
시카고미술관에 다녀온 사람은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방문 당시 호퍼와 그 대표작이 한국에서도 이렇게 거론될지 몰랐던 사람이 대부분일 듯. 서울시립미술관에 걸려있는, 촬영 가능한 또는 촬영 금지된 작품 중 소환되는 작품이 어쩔 수 없이 인증샷이 되어 급속도로 쌓이고 있는 것과 다르게, 호퍼의 소위 찐대표작인 <밤을 새우는 사람들> 또는 <나이트호크>는 그렇게 검색을 통해서, 책 속에 등장하는 그림들을 통해서 찐팬들에게만 소환되고 있다. 물론 이번 전시를 통해 보다 깊이 알게 되신 분들은 <나이트호크>는 물론 <윌리엄스버그 다리>까지 검색해서 브런치에 찾아오신다. 서울에도 이 그림들의 스케치가 전시중이기 때문이다.
진짜 호퍼 감성을 몸으로 느끼려면 당연히 뉴욕을 가보는 것이 좋다. 서울에 사는, 타자가 된-뉴욕과 마찬가지로 대대손손 서울에서 태어나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이는 극소수이므로-도시인들, 그 타자성에 대해 탐구한-뉴욕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언급하거나 비유한-작가들은 그 감성을 그림을 통해서도 직관적으로 캐치할 수 있지만, 뉴욕에서는 포토존이 아닌 그냥 모든 교차로에서 호퍼의 인물에 빙의된다. 단, 사람이 많은 곳은 그냥 대도시 또는 관광지와 크게 차별화가 되지 않으므로 책에서는 유명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어퍼이스트사이드'나 '할렘' 같은 곳을 꼭 가볼 것을 권한다. 여행기간이 짧으면, 메트로폴리탄이나 콜롬비아대학교를 방문하고 그 근방을 한바퀴 돌면 된다. <가십걸> 리부트 이후로 사람이 더 많아졌을 수도 있지만, 해외여행의 절정기였던 코로나 직전에도 도심에 비하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었던 곳이니 가볼 만 하다.
뉴욕에 처음 발을 들였던 2016년 이전에는 에드워드 호퍼를 전혀 몰랐다. 여행 전에 사두었던 컬러링 캔버스 중 2017년에 완성한 모작은 '라울 뒤피'의 작품이었는데 아마 원작자를 알아내려고 핀터레스트를 하다가 호퍼와 호크니와 존 싱어 사전트를 알게된 것 같다. (정확한 의식의 흐름은 당연히 기억나지 않는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처음 갔을 때, 거의 쓸데없는 작품만 (볼 가치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기억하지 못하고 스쳐왔다는 의미로) 보고 왔다는 사실도. 그나마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하는 작품은 앵그르가 그린 초상화다. 뉴욕의 어지러움에 질색하는 동시에 뉴욕만의 풍경에 마음을 뺏기게 된 첫 여행 이후 호퍼 그림을 야금야금 모아두었기 때문에 두 번째 여행은 완전 호퍼 투어는 아니었지만, 호퍼의 화풍을 발견하면 열심히 기록했다.
건축투어를 위해 선정한 국제선 기항지 시카고의 첫 그림이 <나이트호크>였던 것은 미리 계획하지 않은 우연이다. 이 기억도 뇌가 조작했는데, 아이폰 갤러리에 따르면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가 그 여행의 첫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오랫동안 책으로 봤지만 작가와 작품명은 몰랐고, 뮤지엄 샵에서 구입한 호퍼 엽서에 실린 작품은 뉴욕 등 다른 곳에 있는 것이었다.
정작 그때까지도 내가 생각하는 호퍼의 정수가 <나이트호크>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사진은, 내가 촬영한 작품 사진과 나를 촬영한 나와 작품 사진은, 4년째 끊임없이 소환되고 있다.
이다혜 작가와 그로부터 소환된 올리비아 랭을 통해 호퍼가 그려낸 뉴욕의 고독과 조, 에드워드의 불안정한 파트너십을 알게 됐고, 권호영 작가와 그로부터 소환된 <빛 혹은 그림자>를 통해 작가들의 호퍼 사랑과 그들이 읽어내는 종종 섬뜩하지만 대체로 따뜻한 쓸쓸함 발견했다.
로버트 헨라이를 만나기 전 존 싱어 사전트의 제자이자 파슨스 다자인 스쿨 초대 교장인 윌리엄 메리트 체이스에게 사사받은 호퍼는 미국 대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계보가 전부는 아니지만 호퍼와 사전트, 그리고 체이스를 모르고도 좋아했기 때문에, 이 연결고리에 본능적으로 끌린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https://brunch.co.kr/@swover/141
https://brunch.co.kr/@swover/51
https://brunch.co.kr/@swover/57
다음 뉴욕 여행은 언제가 되더라도 호퍼의 성지인 휘트니미술관을 포함하겠지만 매번 놓치는 모마와 아직 완독하지 못한 (완독하는 날이 오긴 할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도 다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