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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Sep 02. 2024

욕망의 빈지왓칭

복선은 최근에 즐겨봤던 미드의 연결고리를 정리하다 보니 장르별로 포스팅을 하고 싶어졌다. 마침 이번주부터 포토덤프챌린지도 시작한다고 한다. 추석을 앞두고 일주일에 한 개씩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부르는 ‘도메스틱 스릴러’부터 복선의 최애드라마인 <가십걸>을 필두로 하이틴 로맨스릴러, <가십걸>에서 단역을 맡았던 신인배우들이 당당히 주연으로 빛났던 뉴욕드라마와 본격적인 전국구 수사물까지. 만약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그녀에게 맡겼다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 복선은 자기도 모르게 자료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미드 맛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건 미국에 다녀온 이후였다. 미국에 가보기 전에도 영화나 게임으로 익숙했던 풍경이지만, 자신의 육체가 그 풍경 속에 있다는 감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희열이었다. 미국 여행 이후에야 영어공부에 속도가 붙었다. 십 년 가까이 머리맡에 두고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영어책을 눈과 귀와 입에 붙이고, 여러 번 체크한 문장은 손으로 옮겨 적었다. 이 문장들도 곧 블로그에 옮길 것이다. 하지만 영어공부의 꽃은 미드였다.




미국에 살고 있거나, 미국에서 6개월 이상 장기체류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덤덤한 것 같기도 하다. 복선은 미국에 동화될만하면 귀국을 해야 했기에 항상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다. 그 갈망을 적시고 마음속 깊은 곳까지 흘러들어 간 것이 미드였다. 무엇보다도 OTT를 통해 정주행 하는 맛은 만화책을 쌓아놓고 보는 재미와 비교해도 압도적이었다. (복선은 만화라는 분야에 깊이 빠져본 적은 없었다.) 원래도 로맨스를 좋아했고, 원래도 추리소설을 좋아했지만 영상화에 성공하여 4개 이상의 시즌, 길게는 20개 이상의 시즌으로 방영된 미드를 몰아서 본다는 건 그 세계관에 동화되는 걸 의미했다.


이를테면 최근에 시즌 17이 공개된 <크리미널 마인드>의 경우 대략 6년에서 7년에 걸쳐 최소 네 번 이상 정주행을 했다. 처음에 시즌 8까지 공개됐고, 몇 년 뒤에 시즌 12까지 공개됐으나 앞부분이 기억나지 않아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다음 해에 시즌 13이 공개됐었나? 그 무렵엔 새로운 작품보다 이미 내용을 아는 작품을 재주행하는 걸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마침내 시즌 15로 완결되나 했는데, 팬데믹을 보내고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크리미널 마인드 에볼루션>이 등장했다. 작년에 시즌 16이, 올여름에 시즌 17이 공개된 것이다.




지난 작품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단역으로 등장하는 재미도 있다. 함께 출연하지 않았어도, 알 만한 배우가 깜짝 출연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멀리 가지 않고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17만 봐도, <위기의 주부들>의 주연 중 한 명이 등장한다. <위기의 주부들>에서 부부로 나왔던 배우가 각각 주연으로 등장하는 <바디 오브 프루프>와 <캐슬>은 또 어떤가. 심지어 <캐슬>과 거의 쌍둥이 같은 드라마 <화이트 칼라>의 주인공(중 경찰 역을 맡은) 팀 디케이는 <바디 오브 프루프>와 <리벤지> 등 약간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드라마에 (각각 한두 번의 에피소드지만) 자주 등장한다.


<가십걸>과 <화이트 칼라> 다음으로 복선이 정말 좋아하는 뉴욕드라마 중 <브루클린 나인-나인>의 여주인공은 <가십걸>에서 일명 여왕벌이었던 블레어 월도프의 ‘부하’로 등장하는 멜리사 푸메로다. 또 다른 여주는 <모던패밀리> 출신이다. 한편 <볼드타입>의 여주인공은 <가십걸>에서 블레어와 척을 골탕 먹이는 조지나의 친구로 등장하는 메건 페이다. 뉴욕드라마 덕후라면 빠짐없이 언급하는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의 후속작, <내가 그를 만났을 때>에는 여주인 힐러리 더프의 미래역으로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킴 캐트럴이 등장한다! 심지어 힐러리 더프의 엄마는 <크리미널 마인드>의 시즌 전체 주인공인 에밀리 프렌티스 역의 패짓 브루스터, 힐러리 더프의 썸남의 전 여친은 <가십걸>의 블레어였던 레이튼 미스터가 맡았다.


복선은 <리벤지>를 선두로 하는 복수극과 <화이트 칼라>를 중심으로 어두운 수사물과 코믹 직장 로맨스가 공존하는 경찰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뉴욕 배경의 미드에는 단역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조차 전설적이라 챙겨보는 재미가 있었다. <리벤지> 남주인공의 필모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본 아이덴티티>인 것은 말해 무엇하리. 그러고 보니 방금 떠올린 드라마들만 리뷰해도 이번 달 내내 바쁠 것 같았다.




우성은 영화를 집에서 보면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한때는 인터넷이 없는 고시원에서 낡은 컴퓨터에 친구가 복사해 준 영화를 반복해 본 적도 있었고, 그로부터 십 년 후에는 그때의 경험을 발판으로 인터넷이 끊겼을 때 하드에 소장하고 있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반복해서 봤다. 하지만 TV가 옵션이었던 집에서 TV가 없는 집으로 이사한 이후 집에서 영화를 보려면 다른 이들보다 작은 편인 화면의 휴대폰으로 봐야 한다. 노트북으로 볼 때도 있지만 우성의 노트북은 화질도 나쁘고 눈이 아픈 데다 휴대폰과 다르게 꺼내고 껐다 켜는 과정이 필요해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 빈도를 예상할 수 없지만, 브런치 작가이자 블로거이니 노트북을 하나 더 장만해야겠다는 생각만 수년째 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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