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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라는 목적지

브루클린 산책의 날, 블루보틀과 부쉬윅 인렛 파크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대런 스타 감독은 <섹스 앤 더 시티>로 맨해튼을 '욕망의 집결지'화 했던, 인플루언서의 프로토 타입인 뉴욕 4총사를 창조한 장본인이다. 미국의 지배적 대중문화를 거리낌 없이 과시했다는 점에서 <섹스 앤 더 시티>는 여성운동가 낸시 프레이저가 말했던 이른바 '1퍼센트만이 누리는 페미니즘'의 선봉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낸시 프레이저, '99% 페미니즘'_슈미트&니모엔, '인플루언서'에서 재인용) 철 드는 순간부터 30년째 비혼주의자(anti-singlist: 반비혼차별주의자, 비혼지상주의 아님)인 나에게는 '사만다의, 사만다에 의한, 사만다를 위한' 드라마였다.


대런 스타의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그 인플루언서가 바로 나예요!'라고 외치는 시카고 출신 에밀리 쿠퍼가 캐리 브래드쇼의 역할을 물려받는다. 대런의 히로인이 내 스타일 아님을 못 박았지.



로어 맨해튼에서 브루클린 브릿지 가는 길


그 전에 <영거>의 40대 싱글맘 라이자 밀러는 민증을 위조하고 20대인 척 취업해 진짜 20대인 친구들에게 인스타그램을 배운다. 캐리, 라이자, 에밀리는 책덕후이자 hard worker지만 포스트 모던 도시화된 조금 늙은 앤저뉴(어리고 순진한 시골 여성_'레베카'의 여주인공 무명이가 대표적)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는 <영거>가 그나마 훌륭하다. '여성의 나이'를 정면돌파하는 컨텐츠이고 인플루언서 캐릭터도 앤저뉴 히로인(아이러닉한 조합)이 아닌, 유대인 레즈비언(안타깝게도 이 또한 하나의 트렌드)이다. 주요인물의 경제적 지위도 미국 대도시 엘리트 계급이라는 범위 안에서는 그나마 현실적이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주거지를 '윌리엄스버그', 즉 브루클린의 이제 막 뜨는(?) 지역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포함한 여러가지 이유로 브루클린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윌리엄스버그 주택가


브루클린에 처음 갔을때는 맨해튼 뷰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브루클린 네임밸류를 모를 때였다. 지나가다 발견한 예쁜 골목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너도 덤보 갔네'라는 댓글이 달렸다. Oops!! 그 곳은 인스타그램 세대에게는 뉴욕 최고의 핫플이었는데 정작 찍어 올린 나는 몰랐다.


덤보는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쉽고 정직한 공간이라, 객관적으로 봐도 the most instagrammable place이다. 제대로 된 '덤보' 인증샷을 아직도(!) 못 찍었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다. 스냅 촬영을 하던 날의 덤보는 코끼리 덤보 인형을 설치한 채 축제 중. 그 곳에서 촬영한 극소수의 사진은 백업을 제대로 안해서 잃었다. 최고의 브루클린 브릿지 사진이 있으니까 괜찮아. 윌리엄스버그도 두 번이나 갔잖아?


뉴욕 초보였던 2016년, 맨해튼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동생이 이 공원을 소개했다. 귀국 후에는 뉴욕드라마라서 보게 된 <영거>와 맵투어를 하다가, 부쉬윅 인렛 파크 가는 길이 윌리엄스버그였다는 걸 알게 됐다. 덤보와 마찬가지로 이 공원에서도 맨해튼 뷰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돌아와보니 진짜 핫플은 등 뒤에 있었다. 단 한장의 윌리엄스버그 사진을 구석구석 확대해봤다. 다음 여행에서는 꼭 한량 처럼 거닐 것이라 다짐하면서.



부쉬윅 인렛 파크의 맨해튼 뷰


작고 확실한 꿈은 이루려고 꾸는 것이다. 영어 원서읽기 프로젝트에 비하면 참 소박한 꿈이었다. 뉴욕을 4일 이상 포함한, 여행을 떠나기만 하면 '다시, 윌벅'에 갈 수 있었다. 돌아온 뉴욕에서 5일차 아침에 현지인처럼 브루클린 숙소를 나섰다.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하이라인 파크, 브루클린 브릿지라는 크고 웅장한 숙제는 했고, 이제부터 찐 자유여행. 사진의 한도 풀었겠다, 마스카라도 안하고 그냥 걸었다. 말 그대로 걷는, 거니는 것이 목표였다.


공원 가는 길에 블루보틀이 있어서 그냥 들렀는데, 귀국 후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위치태그)를 통해 같은 매장에 윤종신님이 방문하신 것을 알게 됐다. 평소대로 아메리카노를 마실 걸. 블루보틀은 처음이라 아침부터 라떼와 스콘을 먹었더니 참을 수 없이 느끼했다. 좌회전을 해야 하는 베드포드역을 지나쳐 근처 일식당에 들어갔고 우유를 거부하는 위장에 스시는 무리라서 '랍스터 버터구이와 새우'를 시켰다.



윌리엄스버그의 러시아 건축물


개운한 식사로 기분이 고양될 무렵, 전날 촬영 후 저녁에는 <섹스 앤 더 시티> 핫플인 '사라베스'의 다른 지점에서 게살 파스타를 먹었던 기억이 났다. 아무렴 어떤가. 갑각류의 천국에 왔으니 즐겨야지. 시카고 '3 Arts Club'에서도 랍스타를 먹었었지. 다음 주 워싱턴에서는 보급판 랍스타의 천국 '루크스'에서 간식(!)으로 랍스타를 먹게 될 것이다. 랍스타가 아닌 휴대폰 충전이 목표였지만.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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