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스톤> 22화
(전편에서 계속됨)
그림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던 조르주는 인기척을 느끼고 물러났다. 한쪽 구석에서 경비원이 조르주를 보고 있었지만 그에게 다가온 사람은 폴이었다.
“아빠, 저기 어딘지 알 것 같아요.”
“맞아. 너도 가봤으니까 알겠지.”
베키는 그림 속의 지도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폴과 조르주의 대화를 유심히 들었다. 이들은 그림이 보여주는 풍경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림은 폴이 가봤다고 해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만한 구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림의 주인공인 꽃들이 아직 그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이들은 액자 속에서 다른 그림을 읽고 있는 것이리라.
“저희 이동해야 하죠?”
“그래. 정문에서 다시 만나자.”
조르주는 차를 가져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마르셀과 메러디스에게 차례로 전화했다.
얼어붙은 마르셀을 지켜보다 갈증이 난 제이미는 마르셀에게 10분 뒤, 현관에서 만나자고 하고 자판기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다녔다. 별관으로 연결된 통로가 보였지만 갔다 오는 것이 귀찮아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교무실 근처에서 정수기를 발견해 물을 마시고 건물 밖으로 나와 생각을 정리했다.
디너파티에서 확실해졌다. 줄리앙이 있을 때 제이미 본인과 헨리크처럼 마르셀도 이상해졌다. 그 저녁식사 전에는 아이들이 줄리앙과 마르셀을 같이 본 적이 없었다. 그날 저녁을 떠올리자 퍼즐이 맞춰졌다. 어린이들 빼고 십대들과 어른들 위주로 모여서인지 줄리앙이 오기 전까지는 아주 편안한 분위기였다. 어찌보면 걸스 나이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누구보다도 그 편안함을 즐기던 헨리크, 그와 함께 전혀 위화감 없이 어울리던 마르셀이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줄리앙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제이미 본인도 순간 줄리앙에게만 신경을 쓰느라 다른 이들의 상태를 잊고 있었다.
“볼로뉴 숲에 있을 거래. 우리도 이동하자.”
현관을 나서는 마르셀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제이미는 말 없이 마르셀의 차가 있는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따라가면서 마저 생각을 정리했다.
카페 뒤부아 앞에서 메러디스는 헨리크를 먼저 내려줬다. 메러디스 본인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짐이나 안되면 다행일까. 집에 남은 아이들도 걱정되고 지금쯤 멍때리고 있을 제이미도 걱정됐다. 폴과 조르주가 살뜰히 챙겨주는 베키는 그렇다치고 제이미라도 데리고 집에 가서 소식을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슈 마르셀, 옆에 제이미 있나?“
”네. 바꿔드릴까요?“
”그래. 제이미? 할머니랑 같이 집에 가서 기다리는 거 어때? 동생들도 걱정되고 장도 봐야하잖니.“
”네, 할머니. 지금 나갈게요.“
제이미도 마침 헨리크가 카페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수색대에서 빠지기로 결심한 직후였다. 마르셀의 휴대폰을 돌려주고, 일행들에게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리겠다고 전달했다. 조르주 팀이 센서 역할을 하니까 마르셀과 헨리크가 힘을 보태면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의 제이미는 자기 내면의 혼란도 버거운 상태라 이들을 보고 있는 것이 힘들었다. 차라리 메러디스 할머니랑 장을 보러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구글맵으로 폴이 설명했던 곳 근처에 오자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밤이 되면 어떤 장면일지 상상할 수 있었다. 바로 포털에서 보고 느낀 그 숲에 와 있었다. 낮에 보는 숲은 그저 고요했지만 밤이 오면 방향감각을 상실할만한 곳이었다. 베키는 포털에서 줄리앙의 기척을 느꼈던 방향으로 다가갔지만 나무와 더 많은 나무와 나무들 뿐이었다.
”아래쪽 호수를 중심으로 근방을 조사해야 하니까 선생님이랑 헨리크는 시계방향으로 이동하시고 저희가 반시계방향으로 이동할게요.“
조르주의 가이드에 따라 마르셀 팀과 헤어져 호수가를 걷는 동안 베키는 아까 그 느낌이 멀어진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폴은 베키가 다시 차분해지는 것을 신호 삼아, 캡쳐해둔 지도에 표시했다. 호수 반대쪽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그들이 찾아야 할 곳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