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동그랗게 피어난 밤
마당 한 구석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꽃이다.
두 손을 모았던 봉오리의 기도가 끝난 모양이다.
이제야 자신을 펼치기 시작한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온 몸을 비튼다.
실핏줄이 터지며 색이 짙어진다.
꽃은
절대 다른 꽃과 자신을 비교하며
머뭇거리지 않는다.
머리를 맞대었던 꽃잎들이
갈라지고, 나눠지고, 펼쳐져
동그랗게 손을 잡는다.
중심을 위한 응원이 시작되면
꽃은 스스로 쓸 왕관을 만든다.
고요하고 은밀하다.
드디어 황금색 왕관이 머리 위에 올려지면
반짝, 파동과 함께 누군가의 신호를 받는다.
꽃의 절정, 황홀경을 맞이한다.
긴 숨을 내쉬며
온 세상에 아찔한 향기를 뿜는다.
마당 구석에서 우주를 연다.
난 기껏
술에 취해 어슬렁 거리던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