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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ke공원 Oct 04. 2022

이제 더이상 TV광고는 없다.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 광고 전환의 변곡점에서 본 광고시장의 미래

방송플랫폼의 콘텐츠 독점 시대가 마감되고 콘텐츠 대(大)유통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유력 방송사의 전문 제작스튜디오가 등장하면서 대부분의 주력 방송사들이 제작 부문 분사화를 시대적 사명처럼 추진하였고, 넷플릭스의 국내시장 안착과 종합 케이블 콘텐츠 방송사의 성장, 네이버, 다음과 같은 빅테크사와 IPTV 3사가 모두 콘텐츠 투자 확대를 선언한 결과로 콘텐츠 수급의 Key가 소수 국내 우수 제작사로 전환되면서 방송사의 콘텐츠 독점 구조는 프리미엄콘텐츠 확보라는 ‘머니게임’으로 변화되었다. 특히,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스트리밍TV (OTT)의 성장이 국내 OTT 순위 다툼 경쟁을 촉발 시키면서 콘텐츠 수급에 기름을 붓게 되면서 제작비는 급상승하게 되었고 이제 해외 기업에 비해 자본적으로 취약한 국내 방송사들은 제작사들이 만든 콘텐츠의 독점권한을 행사할 여지가 거의 없어지게 되면서 생산된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서로 다른 시간에 노출되는 콘텐츠 대유통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가 넘쳐나고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실시간에서 이시간으로 옮겨가면서 OTT를 통한 시청시간이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하지만, 구독모델을 채택하던 OTT 플랫폼들이 시청자의 시청시간 한계와 동영상 구독 지출 한도에 직면하면서 포화와 성장 정체를 체감하기 시작했고 부분 무료화 필요성이 시장에서 강력하게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제는 <오징어 게임>이후 국내 동영상 소비 플랫폼의 주류로 올라선 넷플릭스는 구독시장 1위의 구독자 파워를 바탕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구독시장을 탈피, 광고시장 진입을 선언했고, 2023년 1월부터 국내에서도 광고판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유료 기반 OTT서비스인 티빙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네이버와 손잡고, KT 시즌을 인수하였으며, 최근 파라마운트+를 브랜드채널로 오픈하는 등 공격적 행보를 지속하고 있고, 웨이브는 HBO Max와 제휴로 콘텐츠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으며, 디즈니플러스도 국내 150만 가입자를 돌파하면서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 중인 가운데 넷플릭스의 광고판매는 나머지 사업자들의 광고모델 도입 카드를 깊이 고민하게 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월 1200만 정도의 활성 사용자로 광고커버리지를 상당 수준 확보한 넷플릭스와 달리 티빙, 웨이브 등은 월간활성사용자가 넷플릭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광고 도입에 따른 도달률 효과를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 구독자가 감소하거나 모회사의 방송광고 매출과 자기잠식 사태에 빠져들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국내 OTT의 숫자를 모두 구독할 만큼 소비자는 여유롭지 못하고 경쟁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광고 옵션 선택을 통한 활성 사용자 증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나 넓은 커버리지와 높은 시청수준을 확보하느냐가 광고로 운영되는 OTT 시장에서 주류로의 편입을 결정하고 미디어 시장에서 플랫폼으로서의 생존 가능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방송이 디지털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이 하나의 앱(App)화되고 이제는 ‘주로 보는 시청 채널’이 아닌 ‘주로 찾는 앱’을 선택하는 시청자 행태가 나타나면서 실시간 방송이 지배해오던 ‘시청 습관’의 진입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저렴한 무제한 통신요금제와 어디든 접근가능한 와이파이 망 덕분에 스마트폰이 동영상 시청행태의 주요 습관을 형성해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해외와 마찬가지로 스마트TV 보급률이 늘고 앱으로 변화된 동영상 시청 플랫폼을 너도 나도 쉽게 탑재하면서 이젠 인터넷으로 연결된 TV (CTV. Connected TV)가 실시간 TV시청을 대체하며 자리잡아가게 될 것이다. 


이제는 홈쇼핑 채널 사이에 위치한 지상파 TV나 CJENM의 콘텐츠를 돌려보기보다는 넓은 화면의 CTV에서 티빙이나 웨이브의 앱을 누르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할 행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 시기가 오면 이제 우리가 아는 채널과 채널 사이에 나타나는 TV광고는 사라지고 소비자가 선택한 앱의 콘텐츠 앞과 중간에 광고를 시청하는 것이 자연스런 일상이 될 것이다. 


TV와 CTV가 시청자에게는 별반 차이 없이 보이더라도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과 광고비 지급의 대상이 되는 광고효과 측정 방식, 판매 및 구매 주체 등은 완전히 다르다.

 TV는 전국민 모집단을 상정한 표준화된 표본집단의 시청률을 통해 모집단의 시청률을 측정하는 통계적 방식이 적용되어 인구통계학적 시청률과 도달률이 산정되지만, CTV의 경우는 스마트TV 개별 디바이스의 식별자와 비식별 시청행태 정보를 토대로 시청자 프로파일을 추정할 수 있고 가구별 개인별 추정 기반으로 타겟팅 광고가 가능하다.

또한 콘텐츠 송출시 특정 픽셀 또는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측정가능한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실시간, 이시간 통합광고효과 측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즉 CTV가 TV시장에 필적할 만한 임계치 이상의 시청가구를 확보하여 앱 사용이 일정 수준이상으로 활성화된다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TV광고와 디지털 광고를 구분하여 집행하거나, 광고효과 측정기준과 KPI를 더 이상 서로 다르게 가져가야 될 이유가 없어지게 되면서 CTV로의 광고집행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방식으로 시청행태가 측정되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광고효과 측정이나 디지털광고와 동일한 방식으로 광고노출시 화면내 QR코드를 활용하여 구매와 연결하거나, 트리거를 통해 추가 정보를 제공할 수 도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2차 행동을 유발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광고노출직후 매출과 연결되는 구매여정상의 기여효과를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게 되면서 광고주가 꿈에도 그리던 광고비의 정확한 매출 유발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게 되는 것이다. 



또한, TV광고의 주요 참여자는 광고대행사와 미디어렙사이지만 CTV로 전환되게 되면 판매 방식에 따라 참여 주체가 달라지게 된다. CTV에 등록된 각 플랫폼별 앱 기준으로 판매되는 방식이라면 CTV광고는 디지털 광고이므로 더 이상 방송법의 적용을 받는 미디어렙을 통해 판매할 필요가 없게 되고 각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해당 OTT를 통해서 광고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디지털 방식으로 거래되는 장점에 따라 프로그램 및 장르별 타겟팅이나 DMP를 통한 시청자별 광고 타겟팅이 가능해지고 실시간 및 이시간 광고효과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주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자동 리포팅을 할 환경이 도래하게 되면서 광고대행사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다. 

현재 유튜브가 유튜브내 유력 방송사 콘텐츠를 유치하면서 <유튜브파트너스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사 인벤토리를 직접 방송사가 관리하고 판매 단가 책정과 송출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들은 삼성이나 엘지, 비지오 등 TV디바이스 제조업자들이 구축한 광고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프로그래매틱 방식의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제조업자들이 구축한 CMS와 셀프광고집행솔루션(self-served ad running solution)으로 광고주가 직접 광고청약과 결과확인이 가능하게 되어 광고대행사와 렙의 개입이 필요 없는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광고대행사와 미디어렙사는 수익악화 상황을 탈피하고자 전통적인 대행에서 벗어나 커머스, 데이터기반 조사, 컨설팅, 기술개발 사업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비즈니스 구조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한편 방송사는 시청자들이 전통적인 시청채널 선택 방식인 채널 순번제에서 벗어나 인기 콘텐츠 위주로 앱 선택권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자사가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와 고유 IP의 가치 부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형성된다. 또한 제작 기능이 분화 되고 다양한 콘텐츠 수요처가 급증함에 따라 콘텐츠 유통 수익을 극대화하고 추가적인 수익확보가 가능한 IP 기반 사업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로 유력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한 OTT 앱은 시청자에게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유력 프리미엄 콘텐츠의 확보 여부는 결국 자본의 싸움으로 귀결되는 것은 이미 미디어경제의 특성상 주지의 사실이다. 자본 투입이 높고 제작 편수가 많을 수록 인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확률은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국내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 투입 가능 여력을 고려할 때 현 방송사업자는 해외미디어기업이나 국내 통신사, Big Tech 기업들보다 제작비 투입 가용 자본 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제작이 분사되었기 때문에 자사에 좋은 콘텐츠가 우선 배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쉽지 않다. 안정적으로 제작비를 투입 가능한 OTT만이 유력 프리미엄 콘텐츠를 수급이 용이한 환경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CTV가 TV의 주도권을 넘겨받는 시장이 형성된다면 대규모 자본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 가능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 아마존 등이 국내 시장에서도 서서히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고, 지금은 서비스 제휴 수준으로 진출해 있는 파라마운트플러스나 HBO Max도 국내 직진출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국내 OTT와 함께 한정된 시장을 놓고 서로 경쟁하면서 일부는 경쟁을 위해 콘텐츠 기업간 집단화를 시도하거나 일부는 도태되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시장은 3개 내외의 OTT 시장으로 안착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외국계 OTT에 비해 자본 구조가 취약한 국내 방송사들의 생존 여부가 이슈가 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늘의 일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을 해보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 변화하는 시장의 변곡점에 서서 현장 실무자로서 하루하루 전해오는 업계 이슈를 파편처럼 하나하나 엮어보는 수준으로 시장의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해당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몇몇 관점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래도 일정한 방향성은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크고 작은 여러가지 변화의 양상은 있겠지만, TV 생태계가 온전히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하게 된다는 것과 디지털 수용력이 높아질수록 고객과 플랫폼간 중간 매개가 필요 없어진다는 흐름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제 콘텐츠도 광고도 Tech와 Data가 거래의 중심이 될 것이고 광고로서 고객의 매출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플레이어들은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데이터에 바탕을 둔 금융 공학이 발달할수록 전략과 기획이 더 가치를 발하는 것처럼 광고와 방송도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경쟁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광고 미디어 전략, 기획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여러 매체와 방송사의 광고물량을 동시에 책임지는 보편적 회사 (General Agency)로서 프로그래매틱 방식으로 TV광고를 판매하는 통합 광고 플랫폼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력 방송사들은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새로운 플레이어들에 대항하기 위해 콘텐츠나 광고판매 절차를 통합하여 별도의 광고플랫폼을 운영할 지도 모른다. 


콘텐츠를 제작할 재원과 기회 확보 차원에서 분화된 전문 스튜디오들은 콘텐츠에서 파생된 IP를 커머스, NFT 그리고 메타버스로 확장하여 수익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하고 광고대행사들은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위해 기술, 투자, 서비스, 해외 시장 개발 및 제휴 분야에 역량과 자원을 투입하면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형태의 기획전문회사로 변모할 것이다.


 각각의 영역 섹터가 허물어지면서 어떤 기업이든, 광고대행사, 미디어렙사, 방송사, 온라인 플랫폼사의 다양한 모습으로 체질을 전환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TV광고 플랫폼과 광고대행사는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광고 업무 영역 자체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광고인지, 콘텐츠인지, PR인지 구분이 어려운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오직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든, 광고든, 시청자든 세상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시기가 이미 성큼 다가와버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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