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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잔 Feb 17. 2024

개구리 팝니다

현수의 기도

현수의 시선이 멍하니 도로 위를 따라 달렸다. 혼자 있을 시간이 주어진 현수의 기분이 물속에서처럼 멍했다. 내부순환로에게 샬롬- 북부간선도로에게 샬롬- 고속도로에게 샬롬- 현수를 지나쳐가는 길에게 안녕-을 고했다. 

현수의 셋째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다. 아들 셋이 제법 컸기에 현수의 첫 외출이 성사되었다.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빠르게 찾아온 봄의 온도가 2월의 창문을 열게 했다. 바람이 코끝을 차게 했지만 현수의 몸은 뜨거웠다. 빠르게 지나간다, 은혜로운 풍경이. 현수는 액셀을 힘껏 밟았다. 현수의 앞을 막아서는 비히클 따위들을 자비 없이 제쳐버렸다. 지금, 현수를 막을 수 있는 힘은 운명뿐이다.


봄이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건선이 현수의 종아리를 간지럽힌다. 아내 소영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막내 여울이 받는다. 엄마는 뭐 해? 물어보자 여울이가 대답한다. 엄마 화장실에 있어. 아빠, 나 형이랑 게임해. 끊어, 끊어. 야~아, 주여울! 아빠 안 보고 싶어? 뚜 뚜 뚜 뚜- 현수의 아내 이소영은 대학교 1학년 재학 중에 사귄 같은 과 친구였다. 작은 키에 동그란 얼굴, 눈, 코, 입의 생김새가 크다는 느낌 없이 귀여운 인상이었다. 쓰고 있던 안경까지 그랬다.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현수는 소영에게 첫눈에 반했다. 현수의 군입대와 제대 후에도 함께였고, 취업 후 빠른 퇴사를 선택했을 때도 함께였다. 서른두 살, 동갑내기 대학커플이 이른 결혼에 골인했다. 단지, 퇴사 후 방황하던 기간 동안 소영과 헤어졌다. 잠깐동안, 아는 동생 연지와 만났다. 지금, 왜 그 생각이 나지?


춘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의 풍경이 자연의 색으로 바뀌어갔다. 현수의 눈에 <개구리 팝니다>라고 쓰인 나무 팻말이 느리게 스쳐갔다. 우연히 마주쳤을 팻말이었다. 자연의 힘이 현수에게 씨앗을 심고 호기심을 자라게 했다. 휴게소에 차를 대고 잊어버리기 전에 검색부터 했다. 거의 동시에 방광에 신호가 왔고, 동시에 심한 허기가 졌다. 검색창에 <개구리 팝니다>라고 친 후 결과는 보지 않고 냅다 달려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와 더욱 허기가 졌기에 푸드코트로 향했다. 키오스크 앞에 서서 한참을 줄을 선 후, 돈가스를 누른 뒤 결제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대려는 순간, 손에도 주머니에도 휴대폰은 없었다.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간 현수는 동선을 되짚어가며 휴대폰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 헤맸다. 세면대에도, 현수가 들어갔던 4번 화장실칸에도 현수의 휴대폰이 보이지 않았다. 현수는 눈앞이 캄캄했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휴식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내와 함께 주님을 섬기게 하심을 감사드리고 복된 가정을 일구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주여,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게 해 주시고, 잃어버린 휴대폰으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저와 연락이 되지 않는 동안에도 아내와 아이들을 지켜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 휴... 어떻게 하지? 현수가 4번 화장실칸에서 기도를 마친 후 밖으로 나와 차 앞으로 갔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혹시 주현수목사님? 이거 목사님 휴대폰 맞나요?

아, 네, 네. 맞아요, 제 겁니다.

아, 휴대폰 주운 애들이 장난치고 있길래 제가 챙겼어요. 그 주변에서 한참 기다렸습니다. 아무도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길래 최근통화로 전화했더니 사모님께서 목사님 성함 말씀해 주시고 부탁하시더라고요.

아~ 네, 네. 휴,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다행입니다. 아휴, 나쁜 놈들.

감사합니다. 혹시 식사하셨나요? 제가 식사 대접이라도 하고 싶은데요.

아, 대접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식사는 해야 돼서. 같이 드시죠?

현수와 50대 남자는 함께 푸드코트로 향했다. 현수가 음식값을 계산하고 주문한 음식을 받았다. 음식 냄새를 맡은 현수가 그제야 마음이 놓여 늦은 점심을 허겁지겁 먹었다. 50대 남자가 현수에게 넌지시 물었다. 어쩔 수없이 현수의 휴대폰을 보게 된 남자는 열자마자 보이던 검색창에 쓰인 <개구리 팝니다>라는 검색어를 보았다고 현수에게 말했다. 현수는 멋쩍게 웃으며 자초지종을 말했다. 남자는 현수와 만난 게 하나님 뜻인가 보다며 자기가 <고려건강촌>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며 개구리튀김, 개구리전골, 개구리매운탕전골을 기가 막히게 요리하기 때문에 꼭 대접하고 싶다며 한 번 들러달라 간곡하게 부탁했다. 현수가 개구리를 검색한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적극적으로 변명해도 남자는 간곡했다. 남자의 부탁에 현수의 숙소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의 거리를 확인해 보니 5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멀지도 않으니 꼭 한번 와달라는 남자의 부탁에 현수가 승낙했다.


현수가 숙소에 도착해 소영과 구구절절한 통화를 끝내고 침대 위로 떨어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현수의 얼굴에 피곤함과 곤란함이 흘러내렸다. 침대에 고쳐 앉아 기도했다. 간신히 샤워를 마치고 누워 텔레비전을 켰다. 가져온 배낭에 두꺼운 책이 두 권 있었지만 뻘쭘히 펼쳐지지 않았다. 눈꺼풀이 감기려 하다 옆 방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다시 열렸다. 여자가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여자의 웅웅 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뜬금없이 연지가 떠올랐다. 난데없이 개구리전골에 개구리맛이 어떨지 궁금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던 눈꺼풀이 거의 감기려 할 때, 현수의 머릿속에서 소리가 지나갔다. 지금, 왜 그 생각이 나지?


이튿날, 새벽 5시에 잠에서 깬 현수가 소영에게 문자를 보내본다. 답은 없다. 묵상을 마치고 조식을 먹기 위해 방에서 나왔다. 미라자호텔 3층 현수의 방은 1956년 준공된 오랜 역사의 방이다. 308호 역시 카드키가 아닌 몸에 비밀스럽게 지녀야 하는 낡은 은색 열쇠였다. 현수는 열쇠와 휴대폰을 가슴에 단단히 챙겨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문을 힘겹게 밀자 고풍스러운 내부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통유리창에 바깥풍경이 한눈에 비쳐 들어왔다. 넓은 홀에 손님은 네 명이었다. 하나의 테이블에 모여 앉은 부모와 여자 아이들 둘이 대화를 하며 각자 몫의 아침을 먹고 있었다. 현수는 구석진 자리에 가족과 등을 져 앉았다. 웨이터에게 주문한 미국식 브렉퍼스트 코스 요리가 차례대로 나왔다. 등 뒤로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학년이 올라가는 이야기, 만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 게임이야기 등이 화제였다. 아빠도 간간히 대화에 끼었다. 가족은 거의 모든 식사를 마쳤다. 가족이 일어나 밖으로 나갈 때까지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현수가 내비게이션을 따라 고려건강촌에 거의 도착했을 때 남자에게 전화를 했다. 나머지 설명을 따라 도착한 식당 뒤로 주차를 하고 반가워하는 남자와 악수를 나누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가 집사람이라고 소개한  남자보다, 현수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여자가 주방 문턱에서 인사를 했다. 여자는 주방 안으로 들어가고, 남자는 현수를 방으로 안내했다. 밑반찬이 나온 후 전골냄비가 나왔다. 빨간 국물에 노란 무와 진한 녹색의 개구리들이 가득 보였다. 배를 보이고 누워있거나 엎드려 있는 개구리가 끓기 시작하자 남자가 뿌듯한 얼굴을 하고 슬쩍 현수의 표정을 훔쳐보았다. 현수는 얼른 눈을 감고 개구리가 가득한 상 위로 고개를 푹 숙여 기도를 시작했다.


2박 3일의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현수를 소영과 아이들이 반겨주었다. 금요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소영과 함께 일찌감치 예배당에 갔다. 미리 와있던 송찬영전도사와 인사를 했다. 예배 전, 현수의 준비 기도가 평소보다 길게 이어졌다. 예배 후에 집으로 돌아온 소영이 줄무늬 반바지를 입은 현수의 다리를 보고 말했다.

여보, 자기 다리 뭐야. 깨끗해졌네. 거기 호텔 물이 온천수라더니, 진짜 그런가 봐. 어땠어? 여행 재미있었어? 밥은 맛있었어요? 얘기 좀 해봐~ 소영이 본격적으로 현수에게 여행담을 듣고 싶어 했다. 현수가 소파에 앉아 소영의  질문을 뒤로하고 텔레비전을 켰다. 팔과 다리를 벌려 소파에 걸터앉은 김현수목사를 아들 여울이가 바라보았다. 아빠, 개구리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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