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앉아 볼 일을 보았다.
우리 집 중문은 드르륵 소리가 나는 나무로 된 미닫이 문이다.
밖에서 집 안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할머니 한 분이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할머니야.
문을 열었다.
한숨 소리가 밖에까지 다 들려, 웬 한숨을 그렇게 크게 쉬어?
죄송해요.
괜찮어. 세상은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장난질을 치려고. 갈고닦은 장난질을 써먹으려고.
할머니, 잠깐 들어오시겠어요?
나는 할머니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니야, 나는 신발이 없어.
할머니의 양말은 새까만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계단을 힘들게 내려가는 할머니를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할머니도 알고 있다.
집 안으로 들어와 드르륵 소리가 나는 중문을 닫았다.
틈이 벌어져 닫히지 않는 문을 내버려 두어야 할지 힘을 주어 꽉 닫아야 할지 망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