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적 쓸쓸함
도시에서는 쓸쓸한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구조가 그렇다. 누구 탓도 아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멀리서 듣게 되면 개미들의 수다처럼 간지럽게 들린다. 1103호에서 들리는 땅 위의 사람들은 개미나 다름없이, 여름 개구리의 합창과 다름없이, 갈등 없이 자잘하게 들릴 뿐이다.
창가에 섰다. 아래에는 초록색깔의 길이 무궁하게 펼쳐졌다. 길 위에 듬성듬성 골프를 치는 남성과 여성이 보였다. 옆구리를 돌려 공을 치려고 하는 남자와 가만히 바람을 응시하는 캐디, 공을 유심히 바라보는 여자, 멀리서 걸어오는 남자 둘, 멱살을 움켜 쥔 네 개의 팔.
멀리서 듣게 되면 작은 벌레들의 소리처럼 들리는, 도시의 쓸쓸함이 만든 요란스러운 다툼이었다.
미안하게 됐어. 요새 자네 사업도 힘든데, 좋은 공기 마시고 실컷 마시다 가자고. 기분 풀어.
됐네 이 사람아. 한 잔 살 테니까 잊자고. 누구 탓도 아니야.
몇 달 뒤 남자는 대차대조표법에 따라 징역 5년에 집행유예 1년, 20년의 실패를 살았다. 그때가 다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남자는 똑같이 말했다. 누구 탓도 아니야.
골프를 치다 멱살잡이를 했던 또 다른 남자도 여전했다. 미안하게 됐다, 아빠가 좀 힘들어서 그래. 자녀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15년이 더 지나고 두 남자는 제주시에 위치한 골프장 옆을 지나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서로 차림새가 남루한 것을 보고, 얼굴빛을 보고, 깊이 파인 주름을 보고 건넬 수 있는 인사는 많았지만 외우고 있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네 개의 팔로 서로를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