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에게
밤이 오면 해방되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열기가 수증기가 되어 빠져나가
머리는 낮에 비해 한결 차갑고 가벼운 상태로 변했다.
가슴을 조여 오는 낮의 두근거림도 밤의 지휘봉 아래
규칙적인 박자대로 움직였다.
이 편안함은 좋은 스프링이 달린 침대가 주는 것은 아니었다.
세미의 침대는 계단이 없을 뿐 너무 높아 편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낮은 괴로움이다.
해에게는 빚이 있어 받는 만큼 갚아야 했다.
과거라고 부르는 시간에, 저질렀던 실수와 실패들이 몰려와
미래라는 시간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낮을 지내는 동안 바쁜 게 좋았다.
바쁘지 않다면 잠을 자야 한다.
낮이면 복잡하게 뒤엉킨 음식을 삼킨 대가를 치러야만 했는데,
약한 위장은 속 쓰림에 시달리고 연신 트림을 해댔다.
그러나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밤은 달랐다.
토해내야 할 것 없는 밤은 뱃속이 잠잠했다.
세미에게 아무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밤이다.
언젠가 세미가 tv를 틀었을 때 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카방고에 비가 내리면 동물들도 압박감에서 해방됩니다."
동물들의 최대 관심사는 건기와 우기이다.
그토록 기다리는 비, 그토록 기다리는 해방이다.
낮을 기다렸듯 이제 밤을 기다린다.
세미는 스스로 자장가를 불러야 한다.
이 노래를 부를 동안 걱정은 사라진다.
낮에 느끼는 행복감은 불안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밤이 주는 행복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가벼움이다.
뒷머리를 편안한 베개에 눕히고 한 팔을 접어 얼굴을 괴어 받치면
베개는 구름이고 세미는 어디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