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채로 살아가자

눈물 메이트

by 수잔

울지 마.

화장실에 앉아 슬픈 기억에 눈물이 눈에 고인다. 고개를 들어 샤워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도 울고 있다. 눈을 피해 두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유리선반 아래로 눈물방울이 보인다. 샤워기님과 유리선반님은 소미의 눈물메이트로 눈물이 마를 날이 별로 없다. 소미의 욕실이 특별히 그런 건지 다른 사람의 것도 그런지 소미는 궁금했다. 당신도 슬퍼하고 있나요?


깨끗한 수건과 새 속옷을 들고 욕실 문을 열었다. 비어있는 선반에 준비물을 올린 다음 식순에 따라 윗옷을 먼저 벗고 아래옷을 벗어 걸었다. 페이스오일로 얼굴을 클렌징하고 샤워기를 틀어 씻으려 할 때 하루종일 참아왔던 눈물이 나왔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나가기 전, 실장이 직접 부르는 일은 드물었기에 잔뜩 긴장해서 불려 나간 자리에 비쩍 말라 살이 광대뼈에 달라붙은 한물 간 얼굴의 이남철실장이 소미가 걸어올 때부터 코앞에 설 때까지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삐딱하게 서있었다.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인신공격이라 어디에서 래퍼런스를 끌어와야 할지 난감했다. 태어난 이후로 처음 듣는 모욕이었다. 소미의 잘못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실수 같은 사소한 이름으로 취급받아야 할 일이었다. 점심을 어디로 먹었는지, 이후 업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어떤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소미의 마음엔 욕실 생각이 간절했을 뿐이다. 샤워기님이 뿌려주는 물줄기 소리는 성대한 위로곡이 되어 소미를 적셨다. 서서 고개를 푹 숙여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끄윽-거리는 소리가 멈출 때까지 함께 울고 자신을 용서한다. 태어난 것을, 살아서 버티고 있음을, 다시 내일을 맞이할 자신을 모두 용서하기로 한다.


아침을 맞은 소미가 들른 욕실은 바짝 말라 있었다. 단지 유리선반님의 코끝에 한 방울의 눈물이 맺힌 것을 본 소미가 휴지를 뜯어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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