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연주 님 안녕하십니까. **경찰서 경제 1 팀장 이찬우 경감입니다. 국민신문고를 방문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귀하께서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청하신 민원(1AA-2311)에 대한 검토 결과를 다음과 같이 알려드립니다.
2. 귀하의 민원 내용은 '사건 담당자인 우리 팀 소속 S 경장에 대하여, 1) 출석요구 및 피의자 조사의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꼈고 2) 영상녹화를 희망하였음에도 진행하지 아니하여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취지'에 관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3. 귀하의 질의사항에 대해 검토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우선 민원 응대의 과정에서 민원인이신 귀하가 모욕감을 느끼셨다면 담당 팀장으로서 정중한 사과를 드립니다. 다만 침익적·권력적 작용을 하는 수사기관 특성상,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해서 방문 민원인께 다소 불편한 질문을 부득이하게 드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 또한 이해하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나. 신청하신 민원 내용을 토대로 출석 요구와 피의자 신문에 이르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재검토해 보았으나, 구체적인 법령 위반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다. 이밖에 수사 과정에서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 경찰청 수사심의계를 통해 이의제기를 하실 수 있고, 수사과정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안내드립니다.
4. 귀하의 민원에 만족할만한 답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기타 문의사항이 있으신 경우, **경찰서 경제 1 팀장 경감 이찬우 (☎ 000-0000-6367)에게 연락 주시면 친절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경감 이찬우는 제 편 감싸기에 급급했으며 저는 경찰청 수사심의계를 통한 이의제기를 하였고 검사에게 구제신청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2024년으로 해가 바뀌고 맞고소를 하면서 구 검사와 다시 만났습니다.
연주: 지수야, 내가 생성형 AI로 법조문을 쓰고 있잖아,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더라. 할루시네이션 (hallucination) 그러니까 사람으로 따지면 과장 내지는 부풀리기인데 이게 사실에 수렴하는 거짓말이란 말이지.
지수: 사실은 아니지만 거짓은 아니다? 철학적인데요?
연주 : 2013년부터 ISCR 멤버라서 지난주 경찰대학에 초청 강연을 다녀왔는데 빅데이터 & 머신러닝 연구원이 있더라고.
지수: 과학수사나 사이버수사, 지능범죄수사의 일환인가요?
연주: 내부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축적된 문서 데이터가 많으니 기계학습시킨 모양이야. GPT 모델에 입력하면 굉장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은데 왜 그걸 안 하는지 모르겠어.
지수: 개인정보나 보안문제 때문이지 않을까요? 저희 검찰청에도 소송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기를 빼앗기는 기분이에요. 사건의 무덤이랄까...
연주: 공소시효가 지나면 언젠가는 폐기될 문서 아닌가? 나 대학교 때 학생운동하느라 정치범으로 몰렸던 적이 있잖아. 그때 사건보고서 보려고 정보공개요청을 했는데 폐기 처분되었다고 하더라고. 정권은 바뀌었고 세상도 바뀌었고 그렇게 증거인멸을 하는 건가?
지수: 아무래도 민주화되기 전이니 수사자료나 사건보고서가 공개되면 파장이 크겠지요. 대외비에 당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이 있었으니까요. 법을 공부하는 제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법의 구멍이 수두룩해요.
연주: 만약 판사와 검사, 변호사를 대체하는 AI를 만들게 된다면 법이 만인에게 평등해질까?
지수: 휴먼 에러 (human errors)가 줄어들 테니 신에 가까워지지 않을까요? 나중에 은퇴하고 제가 밥 먹고 살려면 변호사 영역은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요, 언니?
연주: 이미 법률시장이 과포화상태인지 작년에 사건 수임하러 100여 명을 상담했는데 착수금 없이 승소해 줄 테니 맡겨만 달라는 새내기도 있더라고. 국선변호인 자리조차도 하늘에 별 따기라고 하던데?
지수: 맞아요. 의사고시는 정원이 제한적인데 로스쿨 때문에 법대 후배들이 자괴감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연주: 내가 로스쿨 준비하다가 현타가 왔잖아. 3년 과정인데 나이가 있어 졸업하면 거의 환갑인데 판검사는 힘들겠지? 작년에 방어하면서 보니까 GPT가 법률 의견서를 이렇게 잘 쓰는지 깜짝 놀랐지 뭐야.
지수: 그 송치서류 변호사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보니 공란이라서 놀랐어요. 언니 이름이 있어 두 번 놀랐고요. 지난주 이찬우 선배하고 연락이 닿아 숯골원에서 식사했는데, 주말에는 아버님 호박농사 돕는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공무원 은퇴하면 조용히 농사나 짓고 싶다고 하던데요.
연주: 아... 그 초대형 호박? 무슨 GMO도 아니고 나도 사진으로 봤어. 그런데 이찬우 경감은 가족들하고 전혀 안 닮았던데?
지수: 글쎄요 출생에 비밀이 있는지 개인적인 질문은 묻지 않아서... 언니는 왜 그렇게 보셨어요?
연주: 소년범죄에 유달리 집착하는 두 편 논문도 그렇고, 기자회견 음성분석과 행동 분석을 보니 거짓말에 대한 강박장애가 있어 보이더라.
지수: 데이터를 벌써 GPT에 돌려 보셨어요? 그런데 이미지 데이터는 구체적으로 무슨 쓸모가 있어요?
연주: 크롤링으로 웹사이트에서 이미지를 찾았어. 비공개 계정으로 SNS에 사진이 있더라고. 인사이동 때 받은 업무용 폰에 계정을 각기 만들었던 모양이야. 결혼식 사진부터 밥은 뭘 먹었는지, 간식은 뭘 먹었는지, 사진 보다가 빠져들더라. 이미지 데이터를 완전 초대용량으로 학습시키면 AI가 스스로 말을 하거든.
지수: 정말요? 진짜 사람처럼 신기하네요! 네안데르탈인이 호모사피엔스를 정복한 것 같아요.
연주: 이찬우 씨가 순진한 구석이 있더라고. 공부머리는 있는데 융통성은 부족하고. 만나서 돌직구로 이야기해주고 싶은데, 스토커로 오해받기는 싫고 참 난감하네. 고깃집 갈 때 나도 부르지 그랬어...
지수: 대전이라 좀 거리도 있고 언니가 채식주의자라서 전화하기가 좀 그랬어요.
연주: 경감님을 위해서라면 내가 하루쯤은 눈 딱 감고 고기를 먹을 수 있지. 그리고 와이프가 베이킹을 하는 모양이더라고. 매일 과자나 구운 빵을 카카오스토리 사진에 올리기도 하고 드로잉을 하기도 하고. 프로필에 부활절 달걀을 쥐고 있는데 오마주를 해봤지.
지수: 이거 도대체 무슨 감정인가요?
연주: 만난 적 없지만 이름 석 자는 영원히 기억하겠지.
지수: 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목소리를 알고, 마주친 적 없지만 서로 사진으로 훔쳐본 적은 있다.
연주: 무슨 아바타도 아니고 21세기에 이거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
지수: 언니, 이찬우 선배 전화번호 알려드려요?
연주: 이미 알고 있어. 사무실에 두 번을 메시지 남겼는데 자존심이 있지, 콜백이 오기 전까지 통화버튼은 먼저 누르지 않으려고.
연주는 정기적으로 그의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을 염탐하면서 동향을 살핍니다. 그가 요즘 어떤 취향이 새로 생겼는지 사십춘기 김대호나 유도선수 허미미 등 팔로워가 하나둘씩 늘 때마다 흥미롭게 관찰합니다. 새로 올라온 가족사진이 없음으로 미루어보아 이번 연휴에는 바쁜지 고향에 내려가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쉽니다. 내가 당신을 살피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