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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pr 27. 2024

빌런은 어디에나 있다

스트레스를 풀 때에는 클레이가 최고입니다. Copyright 2023. Diligitis. All rights reserved.


 이번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새로 온 29살 중고 인턴 직원이 회사에서 기술을 훔쳐 자신의 것인 양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시도가 포착되었습니다. 대표이자 기획과 아이디어의 기안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4월 25일 법의 날을 맞아서 법의 본때를 보여주려고 그녀를 고소했습니다. 어찌 그리도 질투심이 많은지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 말 한마디를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기화학을 전공하고 5년 차 개발자로 일하는 친구인데, 성격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 프리랜서로 스타트업을 전전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슈퍼 빌런이 일했다는 회사 두 곳의 대표가 후배라서 그녀에 대한 평판조사를 했습니다. MBTI가 E 임에도 히키코모리인지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있는지 얼굴을 드러내는 자리는 극도로 삼간다며 재택으로만 일을 원해서 그렇게 해왔다고 했습니다. 저도 하루 동안 고민을 하다 무작정 감싸주는 것은 어른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그녀에게 무엇이 틀린 것인지 뼈저리게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고소장 접수를 위해 직원들과 구체적인 증거관계와 혐의를 따져 적어 내려갔습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회사 업무에 차질을 주었으며, 저작권 침해, 강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다양한 죄목들이 GPTs에 걸려 올라왔습니다. 작년에 구축해 놓은 솔루션 덕분에 고소장을 조목조목 작성하는 데에 하루도 채 결리지 않았습니다. 나를 자기수준으로 만만하게 본 것인지, 원래 빌런인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4월 13일부터 보름을 지켜보았는데 이렇게 심각하다니 오히려 일찌감치 사건이 터진 게 나은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전화번호, 주소도 알고 해외로 도피할 처지는 못되니 뛰어봤자 서울입니다. 고소장은 관할 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몇 달 전 나의 사건을 담당했던 움파룸파 수사관이 서울청으로 간다며 큰소리치더니 ㅇㅇ 경찰서로 되돌아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국민신문고에 접수한 청문감사요청과 수사심의가 인용된 것일까요. 경찰서에 가는 것은 무척이나 긴장되는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모든 것들이 순조롭고 편안했습니다. 드디어 '고소의 여왕'이 되는 것일까요.


지킬수록 기분 좋은 기본
 
                                                                                                        -윤형주 작곡 및 작사

법은 어렵지 않아요 법은 불편하지도 않아요
 
법은 우릴 도와주어요 법은 우리를 지켜주어요
 
살기 좋은 세상은 법이 살아있는 세상 우리 모두 법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행복한 이 세상은 법이 지켜지는 세상 작은 것을 지켜도 느껴지는 큰 보람
 
기본이 세워지는 기분 좋은 세상 기본이 지켜지는 기분 좋은 세상
 
자 이제 시작해요 기분 좋은 기본
 
우리 모두 다 지킬수록 기분 좋은 기본


 마침 뉴스에서는 하이브-민희진 사태가 터져 법조인들이 사건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합니다. 차라리 20여 년 경력자가 그랬더라면 논쟁을 할 거리라도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부트캠프 출신 5년 차로 코딩도 저보다도 못하는 어린 친구가 입사 동기들과 나쁜 짓이나 모의한다는 것 자체가 괘씸했습니다. 다음 주 고소인 조사를 받으면서 그녀의 노트북과 휴대폰 등 집을 포렌식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그녀가 저지른 죄목들이 반의사불벌죄도 아니고 비친고죄도 아니라서 설령 합의를 하더라도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그려집니다. 클라우드 접속 로그, CCTV, 그녀와의 채팅 및 대화 내역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처음 이면 당황스러웠겠지만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내가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보입니다. 안 그래도 올해 7월에 LEET 시험을 볼 예정인데 멈출 수 없어 로스쿨까지 달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재벌이나 연예인, 정치인들처럼 변호인단을 배석하고 어려움 없이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국민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어렵거나 불편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기에 일상 속 빌런을 만나더라도 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ICW에 대한 고소장도 추가 제출했습니다. 이전 고소건과 동일 사건이라 수사단계에서 사건 병합이 되었습니다. 자기를 고소해 달라 호소하는데 안 해줄 수 없고…ICW 경감 목소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거든요. 그가 원하는 것이 팀원의 실수를 감싸려는 것이든, 수사과오를 인정하는 것이든 MZ들의 도전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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