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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찬귀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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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May 04. 2024

창과 방패의 대결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은 택배배달을 하러 언제쯤 우리 집에 올까 Copyright 2023. Diligitis. All rights reserved.


고소를 하는 사람이 쉬울까요? 피소되어 방어를 하는 사람이 쉬울까요? 


소송이 매력적인 이유라면 이기거나 지는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전부입니다. 아무리 용호상박이라도 무승부로 비길 수 없습니다. 그럼 질문을 조금 다르게 던져보겠습니다. 


문제를 알고 질문하는 것이 쉬울까요? 아님 주어진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쉬울까요? 


후자가 훨씬 쉽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을 AI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글도 쓰고 그림도 더 잘 그리고, 의학이나 법학 등 한정된 영역에서는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웬만한 인턴직원보다는 낫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이 혼돈에서도 오히려 도메인 전문 분야가 있으면서 학제 간 융합을 할 수 있다면 당장 우위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연주는 깊은 생각에 잠겨 법정의 조용한 분위기를 가만히 살펴보았습니다. 인간이 만든 법이 이렇게 엉성하고 모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지요. 시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고, 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그녀는 한국의 법 시스템 중 특히 흥미로운 점을 떠올렸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것, 죄인을 나쁘다고 부를 수 없는 상황. 그리고 머릿속에는 하나의 괴담처럼 판사의 재량으로 줄 수 있는 양형사유들이 떠오릅니다. 형법 제20조부터 제24조까지, 정당행위와 같은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의 구멍을 찾고 싶다면 합법적으로 피해 갈 방법이 있는 셈이었지요.


과거에는 누군가의 범죄행위가 명확했지만, 현재는 법이 바뀌어 더 이상 죄가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형사상으로는 범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민사상으로는 여전히 처벌받는 일도 있습니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유능하고 경험 많은 변호사들. 그들과 함께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결국 얼마나 창의적으로 사건과 증거를 분석하느냐의 문제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법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누가 더 법리에 맞는가가 승패를 결정짓는 것.


그런데 사실 다툼이 생기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쌍방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정의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법정에서의 모든 것이 '진리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진실은 단지 누군가의 주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세상의 관계 속에서, 그가 원하던 것은 바로 그런 정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실' 명제에서 허위와 진실을 가리는 것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그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지만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입증해야 합니다. 행여 부족하게 기소를 했다가 무죄 판결이 나오면 검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때문에 상당한 명예훼손 사건은 '증거불충분' 불기소로 끝납니다. 또한 욕설 같은 개인적 감정 표현이나 주관적 가치 판단은 '사실'이 아닙니다. 명예훼손과 모욕의 차이점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이지만 친고죄는 아닙니다. 즉,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고발이나 기소가 가능합니다. 반면 모욕죄는 친고죄라 피해자가 알지 못하거나 직접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합니다. 


연주는 늘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무섭거나 이상한 사람들도 많은 위험한 시대이니 아무나 반기지는 않습니다. 적정한 선을 지키고,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이들과의 만남이야말로 그녀에게 진정한 기쁨을 주었습니다.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느껴졌습니다.


똑똑한 사람은 혼자 달려서 빨리 성취할 수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는 없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과 맞는 러닝메이트가 필요합니다. 그녀는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그 과정에서 팀원을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중이떠중이보다는 확실히 잘하는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금액을 지불하고도 배우고 싶은 사람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다른 조직에 속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들을 설득해 모셔오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폭풍 같던 소송과 피소에서 만난 이찬우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도 좋지만 은퇴하신 박사급 어르신을 만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차 한 잔 대접하며 그들의 연륜과 지혜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경험이 담긴 그들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이 분명했습니다. 


새로운 인연을 맺는 그 속에서 배움을 찾는 것은 그녀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리라 믿었습니다. 연주는 오늘도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고소를 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강력범죄라면 기소가 되어 합당한 처벌까지 받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합의가능한 죄질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을까요? 사안에 따라 합의를 해도 양형자료로 남고 기소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반의사불벌죄의 경우 시간과 비용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대부분 합의로 마무리됩니다. 어차피 사건이 경찰에서 불송치되더라도 이의제기로 검찰까지, 항고로 법원까지는 넘길 수 있으니 못된 송아지 겁을 주는 용도로 고소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민사사건은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지만, 형사사건은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습니다. 피소되어 방어를 하는 경우는 전과자가 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하고 대응할 것입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생성형 AI로 셀프 변호를 해보니 놀랄 정도로 숨은 판례를 찾아 요약정리를 해냈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에 결과물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처음과 끝은 반드시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지 완벽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바야흐로 AI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면 신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왔습니다. 확률을 예측하고 전문 기술을 배우고 창작과 기교까지 흉내 낼 수 있으니, 내 DNA를 업그레이드시킨 자녀들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정성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낯선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적자생존의 원칙입니다. 흰머리를 넘기며 "라테는 말이야"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면 꼰대 소리를 듣기 십상입니다. 감각 있는 청년들에게 금일봉을 지불하고라도 리버스 멘토링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연주도 철이 없었을 때에는 수석 입학이나 졸업이 한 줌 자랑거리였지만, 수석은 매 년 있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장도 마찬가지겠지요. 일본에도 베트남에도 각국 CEO는 계속 교체될 테니 대단한 것도 아닐 겁니다. 문제를 발견하는 Founder라면 다릅니다. 오늘도 불편하고 불합리한 것을 찾아서 바꾸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바로 창업가이니까요.


 이찬우 경감 당신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우리의 8번의 통화는 모두 AI에게 학습되었습니다. 


잘 가요, <2024 파리올림픽>과 <사십춘기>에 빠진 나의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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