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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틀 Oct 07. 2021

그래, 나 글 못 쓴다!

이상한 글쓰기

© xps, 출처 Unsplash

"이틀님 글 이렇게 쓰시면 안 돼요.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해요. 이틀님 원래 하던 대로 하면 안 된다니까요! 이건 회사 SNS잖아요. 회사 일처럼 하셔야죠!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세요!"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글 그렇게 쓰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사업을 위해 공식 SNS를 운영하게 되면서 컨설팅과 10회 글쓰기 코칭을 신청했다. 나를 이렇게 혼내는 사람은 6년 전, 블로그 강의로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이었다.


SNS 글쓰기는 뭐가 다를까? 다르다. 확실히 다르다. 알고리즘에 적합하게, 잘 보여야 한다. 나의 색을 완전히 빼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키워드를 찾고, 그 키워드에 맞추어 글을 발행해야 한다.


사실, SNS가 커진 데는 나를 솔직하게 보여준데 있었다. 나는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내가 변한 것인지 알고리즘이 변한 것인지 나 혼자 점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왔다.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해 치열하게 노출 경쟁이 벌어지는 넓디넓은 SNS 세상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학은 문장이 중요하다. SNS는 정보가 중요하다. 나는 문장력을 갖고 싶었다.


"작가님은 문장력은 아닌데... 작가님이 가지고 계신 콘텐츠가 매력적인 거지, 문장은 아닌 것 같아요." 어느 편집자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럼에도 문장력을 가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고집대로 노력해서 나의 글쓰기는 잘 되었을까? 그럴 리가.


글쓰기는 정보, 재미, 감동.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재미와 감동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퇴고하고 발행할 때마다 이 한 가지라도 있는지 생각했다. 어쩐 일인지 나 스스로도 내 글에 재미가 없었다. 감동도 이전만큼 없었다. 정보를 담는 건, 어쩐 일인지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내가 또 이야기해야 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 코칭을 받으며 여러 쓴소리를 들었다.


"그건 이틀님만의 생각이죠. 이틀님이 알고 있는 걸 왜 다른 사람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쉽게 알려주어야죠."


10회 코칭을 받으며 여러 가지가 깨졌는데, 현타가 왔던 분야 중 하나다. 내가 아는 정보가 모두가 아는 정보가 아닐 수 있다는 것. 아, 그랬구나. 나의 장점이라면 변화를 생각하면 즉각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코칭을 열심히 따랐다. 10회 코칭을 받는 동안 처음 시작치고는 유입량이 꽤 되었다. 더불어 매출에도 약간 도움이 되었고.


또 하나 현타가 왔던 것은 내가 글을 정말 못 쓴다는 것이었다. 정보, 재미, 감동.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확.실.하.게 담지 못했다. 10회 글 쓰는 동안 내 안에서 올라오는 말은 이것이었다.


"그래! 나 글 못 쓴다!"


재미와 감동을 주고 싶었으나 능력이 부족했다. 오랜 시간 글쓰기를 해도 재능이 부족하니 갈 길은 한참 멀고, 당장 먹고 살 일은 급했다. 좀 천천히 가려고 했는데, 경쟁사가 가만 놔두질 않았다. 자본과 정보로 모든 포털을 잠식해오고 있어서, 나도 정보를 담는 글을 써야 했다. 재미와 감동도 확실히 담지 못했는데 정보성 글이라고 잘 될까? 몇 번의 시도와 몇 번의 실패를 했고, 그럼에도 계속 노력하는 중이다.


어쨌든 정신없이 깨지면서 10회 코칭이 끝났다. 그는 이야기했다. 글쓰기 코칭받는 내내 혼났는데, 마지막에 그는 애정 어린 조언을 했다.


"회사 계정 말고 본인 계정 글도 좀 변화를 줘 보세요. 사람들하고 글쓰기 모임 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 쓰는 거 정말 좋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지금 회사도 나오셨잖아요. 우선 돈 벌어야죠. 돈 벌지 못하면 글쓰기 모임이고 뭐고 다 엉망이 돼요. 요즘 글 써서 돈 버는 사람들 많아요. 상품 사달라고 구걸하지 말고, 그냥 글 써서 돈 버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구걸이라는 말이 톡 박혔다. 구걸,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상품을 사달라고 하면 구걸이 된다. 이웃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는 구걸의 확률이 크다. 그리고 구걸은 거절이 90% 이상이다. 책 출간했으니 책 사달라고 이야기하고, 강의 오픈했으니 강의 수강해달라고 홍보하고, 상품을 팔고 있으니 사달라고, 홍보해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상품은 저절로 굴러가지 않으니까.


최근 SNS 글쓰기 하면서  버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다.  팔아 받는 인세보다 훨씬 많았다. 그리고 확실한 건 그의 말처럼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어야 글쓰기 모임도 계속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이야기하기 전에 이미 나는 내 계정에 쓰는 글의 변화를 주고 있었다. 그 변화 과정에서 이웃 삭제는 필연적이었고, 눈치 보는 나를 발견했다. 이게 맞나?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좋아할까? 독자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독자 눈치보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독자를 의식한 게 아니라 눈치 보는 이상한 글쓰기를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재미, 감동, 정보, 그 어느 것도 담지 못했던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노력하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묻고 답했다.


"그래, 나 글 못 쓴다."

"그래서 안 쓸거니?"

"아니! 그럼에도 계속 쓸 거야!"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좀 허망한 느낌도 들지만, 이제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닌 걸로. 그럼에도 계속 쓰는 나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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