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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원 Sep 09. 2021

나는 너를 연리지라 부르고 싶다.

일상 속 특별함 찾기



대학생 때였다. 한창 동기들과 신나게 어울려 다니며 놀던 어느 날, 우리는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여름이어서 그런지 식당 내부는 무더웠고 커다란 파리까지 우리 주위를 맴돌았다. 그걸 본 나는 수다를 멈추고 인상을 쓰며 손을 휘둘렀고, 수다 삼매경이던 한 친구가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어? 팅커벨이 따라왔네?"


이 말을 들은 나와 주위 친구들 모두는 잠시 멈칫하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파리를 보고 팅커벨이라니.. 기분 나쁜 상황을 잊게 하는 너무 예쁜 표현이었다. 다른 친구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순간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만큼 내겐 특별한 순간이었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하다는 걸 그날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의 일을 계기로 한 마디의 센스 있는 말이 상황을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좀 더 생각해보면 말도 말이지만 생각과 관점의 전환이 중요한 것 같다. 


가끔 인터넷에 한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으로 보이는지 묻는 포스팅을 접할 때가 있다. 분명 처음 봤을 땐 '잔' 모양이었는데 '마주 보는 얼굴'이라 쓰인 댓글을 보고 다시 보니 얼굴로 보이는 경우를 많이 겪어 봤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각과 관점의 차이, 그리고 전환이라 생각한다.


그 친구의 '팅커벨' 한마디로, 기분 나빴던 파리는 그 순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성가신 존재였지만 그 전만큼 짜증이 나거나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 후로 나는 날아다니는 온갖 벌레들에 팅커벨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게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평범한 일상을 최대한 특별하게 보려 노력했다. 



남산 등산을 즐기는 요즘, 매일 같은 곳을 다니지만 매번 주위를 찬찬히 관찰한다. 어떤 꽃이 피었고 낙엽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으며 어떤 나무가 있는지 보며 사색하는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새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연리지'라 불리는 나무처럼 두 나무가 마치 하나로 합쳐진 듯한, 그런 나무가 있었다. 분명 자주 다니는 길이었는데 이 나무를 발견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좀 멀리 떨어져 자란 두 나무가 마치 포옹하듯 가지가 서로를 향해 있었으며, 윗부분만 보면 두 그루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한 그루처럼 보였다. 유명한 영화로 이름은 알고 있었던 연리지가 혹시 이런 게 아닐까 하며 검색을 해봤는데 그것처럼 진짜 하나로 합쳐진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서로 기대어있는 정도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그것을 연리지라 부르기로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매주 가는 평범한 그 길에 나만의 특별함 하나를 심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나는 나만의 연리지를 보며 특별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나의 일상에서 만나는 특별함. 그것이 필요했다. 여행에 제한이 있는 요즘 같은 때,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는 일이야말로 중요해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그 나무를 지나가며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안녕, 나의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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