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잡 이야기
캔들을 처음 배우러 간 날이었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한적한 동네의 어느 건물 반지하로 내려가니 입구에서부터 기분 좋은 향이 났다.
반지하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곳은 좋은 향기와 따뜻한 조명으로 가득 찬 포근한 공간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취미를 위해 찾아온 곳이었지만 괜히 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어떻게 배우러 왔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조금 지나칠 정도로 주절주절 이야기하다 선생님께 똑같은 질문을 드렸다.
“선생님은 어떻게 캔들 공방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음.. 제가 육아로 좀 힘들고 지쳤었거든요. 우울증인가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때 캔들 공방 하는 친구가 뭐라도 해보라며 캔들을 가르쳐 줬어요. 그때부터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용기에 심지를 고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지치고 힘들 때 이곳을 찾아온 나였기에 당시 선생님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캔들이 주는 효과는 컸다. 캔들을 태우는 행위보다 오히려 만드는 과정에서 치유를 받았다. 캔들을 만들 때는 먼저 시향을 하며 그날의 컨디션과 어울리는 향을 고르고 우드 심지를 용기에 고정시킨다. 그동안 소이 왁스가 녹으면서 특유의 고소한 향이 퍼진다. 왁스가 적정온도에 이르렀을 때 향을 붓고 충분히 섞어준다. 비커에 유리 스틱이 부딪히는 쨍한 소리와 함께 향이 퍼지면 마치 숲 속에 있는 절에서 목탁 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이 과정 자체가 내겐 힐링이고 수행이 된다.
이런 기분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닌지, 캔들을 만들러 온 수강생분들도 한껏 들떠 있다가 왁스를 저을 때만큼은 조용하고 진지해진다. 특별할 것 없는 이것이 바로 캔들 수행(?)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나는 지치거나,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향을 넣고 캔들을 만든다. 향으로, 소리로. 이것이 바로 내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다.